◇ 부동산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신규 수주 ‘급감’
고객이 맡긴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해 이익을 돌려주는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의 덩치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신규 사업이 대거 중단되면서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전체 물량이 급격히 감소한데다 대손충당금 부담 증가 등으로 경영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부동산신탁 전업사의 지난해 전체 수탁고가 138조원으로 집계됐다. <표 참조>
이는 지난 2008년에는 전년 대비 25.3%, 2009년은 29.1% 각각 오른 것에 비해 성장 규모가 절반 이상으로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가 없어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이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토지신탁은 2009년 전년 대비 118.9% 증가해 16조8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19조3099억원으로 불과 14.8%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관리신탁은 14.3% 증가한 8조8832억원으로 2009년의 5.2% 성장세보다 세배 가까이 늘어났다.
A부동산신탁 전업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을 꺼려 부동산신탁 전업사간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심한 딜 가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은 수탁고가 신탁사의 매출액이 아니어서 영업이익률을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실제 이익은 상당히 떨어졌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신탁 전업사 관계자는 “수탁고는 기존 수탁에 신규 수탁이 더해지는 것”이라며 “부동산신탁 전업사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부동산신탁 전업사 고위 관계자는 “일부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이 낮은 약정 보수료로 영업을 하다 보니 그나마 적은 물량도 수주하기 어렵다”며 “부동산신탁사 수주 전쟁에서 임원이 직접 나서 영업을 하는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리츠 AMC 진출 또는 모색 중
이처럼 부동산 건설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신탁 고유 업무가 줄어들자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리츠 자산관리(AMC) 업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리츠AMC는 리츠(부동산투자펀드)가 투자한 부동산을 실제 운용하는 자산운용회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위탁관리 리츠나 기업구조조정 리츠는 자산을 운용하는 AMC에 업무를 위탁한다. 리츠AMC는 부동산신탁사가 겸영할 수 있는 유일한 업무다. 특히 3~5년 전 리츠AMC 라이선스를 반납했다가 재인가를 요청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에 리츠AMC 인가를 인가받은 생보부동산신탁이 대표적이다.
최근 생보부동산신탁은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인가를 받고 부동산투자신탁(리츠)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생보부동산신탁은 그동안의 프로젝트금융투자(PFV·Project Financing Vehicle) 사업,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roject Management), 브로커리지(Brokerage), 투자자문 업무 등을 통해 쌓은 경험을 AMC 업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생보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기존 신탁사업과 연계하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보신탁, 처분신탁, 관리신탁 등 기업보유 부동산을 활용해 리츠 전환이 쉽고 토지신탁과 연계된 개발전문 리츠 추진으로 개발에서 유동화까지 가능한 서비스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다.
한국자산신탁 역시 5년만에 다시 리츠AMC설립 재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자신신탁 신찬혁 기획팀장은 “리츠AMC 첫 인가를 받았던 5년여 전만 해도 PF와 신탁이 활성화돼 라이선스가 무용지물이었지만 최근엔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괜찮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에 재인가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코리아부신탁 등도 리츠AMC 인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신탁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신청하게 됐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에 모두 포트폴리오를 쌓아두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11개 부동산신탁 전업사 가운데 코람코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3개사만이 리츠AMC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이들 가운데 리츠AMC 시장에서 운용자산 기준으로 40%를 점유하고 있는 코람코자산신탁은 AMC 시장의 절대 우위를 기반으로 차입형 토지신탁과 도심정비사업 진출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으며, KB부동산신탁은 틈새시장을 뚫는 데 힘을 쏟고 있다.
◇ 자기자본투자 등 새 먹거리 찾아 ‘분주’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이 자기자본투자(PI) 업무로 눈을 돌리는 등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이 자체자금을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얼어붙은 민간자금조달 시장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어 줄지도 주목된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사업계획에 부동산 자기자본투자 예산으로 200억원을 배정했다. 신탁업무 수수료 외에 부동산사업에 대한 직접투자로 사업 파이도 키우고 나빠진 수익성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부동산개발에 대한 축적된 리스크관리 경험과 전문역량을 발판삼아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일본에 대한 수익성 부동산투자를 시작으로 자기자본투자에 발을 담궜다.
한국토지신탁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PI 투자로 일부 사업의 경우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도 직접투자 매물을 찾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시공사들과 손잡고 경·공매 시장에 나온 매물에 투자해 개발 수익을 내는 ‘경·공매 대상 구조조정 펀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국자산신탁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리츠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식의 투자를 올해부터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 이들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은 서울시 공공관리제 위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전작업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신탁사들의 지급보증 금지 조항 해지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부동산개발에 대한 전문성과 공공성을 겸비한 신탁사들이 공공관리제 위탁사업자로 참여해야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될 것”이라며 “현재 제도개선을 위해 업계 전문가들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2010년 부동산신탁 수탁고 실적 〉
(단위 : 억원)
(자료 : 금융감독원)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