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지주 이사회에서 라 회장은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라 회장이 사퇴의 뜻을 밝혔지만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는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해 4시간을 넘게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라 회장의 사퇴에 따른 직무대행 선임 등 후속체제를 논의했다.
직무대행직에는 류시열 비상근이사로 결정됐다. 류 이사는 제일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한데이어 신한지주 사외이사를 5년간 맡은 만큼 신한 내부상황에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라 회장의 사퇴는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그동안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상당의 제재방침을 통보받은데 이어 재일교포 주주들을 비롯한 금융권 안팎에서도 신한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라 회장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라 회장도 이날 오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에 들어서며 자진사퇴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람을 그렇게 의심하냐"고 답해 사퇴를 언급한 바 있다.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인 전성빈 서강대 교수는 이사회가 끝나고 가진 브리핑에서 "라 회장이 일련의 사태로 고객과 주주, 임직원에 책임을 통감한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실명제법 위반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선처와 배려를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라 회장의 회장직 사퇴와 신상훈 사장 직무정지에 따른 리더십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라 회장, 신 사장, 이백순 행장을 제외한 총 9명의 이사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특별위원회는 앞으로 류 직무대행과 함께 차기 경영진 선임을 논의하고 그룹차원의 위기관리 어젠다 등을 수립하게 된다.
한편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8명 등 모두 12명의 이사진 가운데 현재 미국으로 출장길에 오른 윤계섭 서울대 교수를 제외하고 11명 모두 참석했으며 윤 이사는 이날 화상을 통해 이사회에 참석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