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가에선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1800대의 물량이 소화됨에 따라 ‘2000p 재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 글로벌유동성 유입으로 재탈환성공
증시의 오름세가 뜨겁다. 1800선 고지를 탈환한 지 보름만에 1900p를 넘었다. 지난 6일 코스피는 1903.95p로 마감하며 2년 10개월만에 1900p 재탈환에 성공했다. 시가총액도 1055조원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이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 1900돌파의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도 1900p재탈환의 주역은 외국인투자자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일 연속 순매수했으며 그 규모도 5조 3,797억원에 달한다. 횟수나 규모에서 역대 TOP10에 진입할 정도로 강력한 매수세를 보인 것이다.
외국인인 대량매수를 이끈 원동력으로 풍부해진 글로벌유동성을 꼽는 분석이 많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더블딥을 막기 위해 추가양적완화정책으로 돌아섰다. 일본도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0.1%로 낮춰 사실상 제로금리다. 이같은 양적완화 기조에 따라 풍부한 글로벌 자금이 국내증시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위세정 연구원은 “최근 양적완화→달러약세→주식 시장상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로 볼 수 있다”며 “양적완화 기조에 따른 풍부한 글로벌 자금은 이머징 국가 및 상품자산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도 “빠른 1900선 등정으로 시장은 모멘텀을 확보하게 되었는데 이는 일본의 양적 완화정책에 이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까지 가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환율하락은 부담, 밸류에이션 저평가로 2000p돌파 기대
증시상승을 이끈 원동력은 유동성이라는데 이견이 없으나 자금성격을 놓고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조세회피지역 자금비중이 높아 단기적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9월 외국인순매수의 경우룩셈부르크, 네덜란드가 각각 5544억원, 5025억원으로 일부 조세회피지역 자금유입비중이 높다. 차익거래나 환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시장매력도가 떨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조세회피지역의 자금은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차익거래 및 글로벌 매크로 전략 등을 이용해 복합적이고 다양한 이익추구 전략을 구사한다”며 “조세회피지역의 자금이 상당부분 차익프로그램을 통한 물량으로 유입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인자금이 대량이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장기투자의 성격이 강한 미국계자금규모가 커진데다, 그 주체도 영미계, 아시아계로 다변화됐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전통적인 영미계 자금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 아시아계 큰 손에 이르기까지 외국인투자주체들이 다양해져 대규모자금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여기에 개인의 유동성이 증시로 터닝하느냐도 주요 변수다. 외국인의 경우 20여개 종목 중심으로 집중매수해 1900p 체감효과는 사실상 낮아 개인의 유동성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지수의 추가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 서준혁 연구원은 “최근 증시 유동성 공급의 주체가 외국인”이라며 “실질 고객예탁금에서 유추할 수 있는 개인 직접투자자금과 Fund Flow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개인 간접투자자금에 여전히 긍정적인 변화가 없어 개인유동성의 보강여부에 따라 본격적인 유동성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말했다.
한편 앞으로 환율도 증시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증시와 환율은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1900을 넘는 강세를 이어가는 반면 원달러환율은 하락하며 1100원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같은 원달러의 약세가 증시에 어떤 양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1100원선에 다가서고 있는 원/달러환율의 하락속도에는 주의해야 한다”며 “원화강세가 이익피크 우려가 있는 어닝시즌과 맞물리며 수출주에 대한 부담으로 외국인수급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상 밖으로 빨리 1900p를 넘자 2000p재돌파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수가 1900p로 단기급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다는 것이 가장 큰 근거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7년 7월 사상 처음으로 1,900선을 돌파할 당시 12개월 예상PER는 13.1배”라며 “지금은 9.3배 수준으로 2005년 이후 평균 PER인 10.2배보다도 낮아 최근의 빨라진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과열을 우려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도 “현재 한국과 미국의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차이는 각각 7%P, 5%P를 넘는 수준”이라며 “지난 2007년 1900p 진입당시 한국, 미국의 각각 2~3%P, 1~2%P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의 투자매력도가 커서 추가적이 재평가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