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과열상태 ‘자문형 랩’ 편승 기대 금물
그동안 운용사와 증권사의 그늘에서 맴돌던 자문사들의 전성기가 도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운용, 증권업계의 베테랑 금융맨들이 최근 잇따라 자문사 출범을 서두르고 있어 자문업계 성장의 질적 도약이 점쳐지는 상황.
특히 대형 운용사들의 대표 펀드매니저들이 자문사 설립을 앞 둬 이같은 근거에 힘을 보탠다.
실제 ‘기업지배구조가치향상펀드’로 유명한 알리안츠자산운용의 김정우 상무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간판급매니저였던 서재형 리서치본부장이 최근 사표를 내고 자문사 설립을 준비중이다.
여기에 전 대우증권 국제조사부장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글로벌자산운용본부장겸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던 알프레도 박(한국명 박제홍)도 자문사 설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 베스트애널리스트를 두루 석권하며 매수, 매도 타이밍을 족집게처럼 예측해 족집게 투자전략가로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베테랑 금융맨의 자문사 전문 CEO 변신도 눈에 띈다.
전 크레디아그리콜엥도수에즈 증권 한국대표와 HMC투자증권 부사장을 지냈던 이옥성 씨가 TS투자자문사(전 TSI투자자문)의 신규 대표로 지난 23일 선임된 것.
이 대표 취임이후 TS투자자문사는 성장 가치주 발굴과 밸류포커스 다이나믹 전략으로 적극적인 리스크관리와 위험조정 수익률에 만전을 가한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고객들에게 예측 가능한 수익을 목표로 안정적인 운용과 성과를 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LG화학 같은 성장성을 보유한 가치주와 더불어 2차전지주, 국내종합상사주, 회복속도가 빠른 중국내수주 사업을 유망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전문 금융인들의 투자자문업 진출 러시는 앞 서 진출한 신규 자문사들의 자문형 랩 수혜에 따른 영향으로도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말 현재 등록해 활동 중인 전업 투자자문사는 총 128개. 올 들어서만 20여개가 증가했다. (기준일:2010.8.24)
신규 진출을 눈 앞에 둔 자문사들은 대부분 주식, 채권 등 전문 분야는 물론 기업 M&A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 등 IB를 전문사업으로 표방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자문사들의 진출 붐에 대해 우려반 기대반인 반응이다.
실상 그동안 자문사들은 우후죽순 범람해왔지만, 부티크 형식이나 구체화된 운용 철학 없이 고수익만 추구하는 단기매매 패턴 등 고질적 문제점이 골칫거리였다. 이에 최근 베테랑 금융맨들의 진출과 다양하고 전문화된 스타일의 운용 철학은 자문업계의 도약을 기대할 만 하다는 중론인 셈.
A자문사 대표는 “능력 있는 금융맨들과 이색 스타일의 자문사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자문업계 경쟁도 질적으로 발전하며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펀드에 대한 실망으로 최근 고객들의 사모펀드 니즈 추세가 높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과열인데다 진출 포화상태인 ‘자문형 랩’ 수혜만 의지해 신규 진입을 노리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증권사 자체랩 열풍에 이어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반 토막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최근 과열인 자문형 랩 에만 의지해 편승하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욱이 미국의 금융개혁안 통과로 대내외적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 자문사들의 운용 진검승부도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