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생명은 하나HSBC생명 본사 앞에서 ‘하상기 하나HSBC생명 사장의 부도덕한 부당 스카우트 중단요구’를 위한 항의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보험사간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당초 녹십자생명은 15일 하나HSBC생명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잠정 연기한 상태다.
이에 앞서 14일 본사 직원들이 모여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회의를 열기도 해 일부에서는 법적분쟁으로 커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기존의 영업조직의 설계사들이나 지점장이나 본부장급을 ‘빼’가는 관행을 넘어서 보험계리사를 포함한 실무자급을 중심으로 본사 핵심인력까지 손을 뻗힌 경우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HSBC생명은 녹십자생명 상품개발팀 소속 보험계리사를 비롯해 수도권 소재 지점장 및 본사 실무진 등 8명을 대거 스카우트 했다.
하나HSBC생명은 지난 5월 녹십자생명 법인영업담당 임원부터 부장, 차장을 상무보로 승진 영입했다. 이어 두 달도 채 안된 지난 7월 초 현직 지점장인 차장과 과장급 5명을 부장급으로 영입했고, 이 외에도 상품개발 담당직원도 영입했다.
하나HSBC생명 관계자는 “판매채널이 방카슈랑스로만 국한하다 보니 영업실적 향상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올해 중 설계사 채널 5개 지점을 추가로 확대하기 위한 전문 인력 영입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나HSBC생명은 현재 전국 5개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5개 지점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40~50여명이 지원한 지점장 후보에 적임자로 뽑힌 3명이 녹십자생명 출신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하 사장 취임 후 24명의 인력을 확충했는데 그 중 7명이나 특정 회사 출신인 것은 무분별 스카우트라는 해석이 많다.
녹십자생명 관계자는 “이번에 스카우트 된 인력은 녹십자생명 전신인 대신생명 때부터 15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이지만 워낙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사장이 녹십자생명에서 자리를 옮긴지 3개월 만에 영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전 회사의 인력을 데려가는 것은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나HSBC생명이 녹십자생명의 전문우수인력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한데다가 대표이사가 전 녹십자생명의 영업총괄 부사장이었다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지점장들의 이탈은 곧바로 영업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회사차원에서 대응을 한 것 등으로 보아 사태가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영업확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보험계약자’라면서 고아계약이 되지 않도록 보험사들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험업계의 스카우트 과열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메트라이프생명이 ING생명 대전지역 지점의 인력 80여명을 한꺼번에 데려가 문제가 되었고, 2008년에는 뉴욕생명이 외국계 생보사의 고능률 설계사 수십명을 대거 스카우트 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조직을 늘려 지점수를 10여개 이상 확장하기도 했다.
2008년의 과도한 스카우트는 뉴욕생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에이플러스에셋의 경우 삼성생명 개인영업담당 임원을 역임했던 곽근호사장이 삼성생명 우수설계사를 대거 영입하고 이후 삼성생명 등 생보업계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과정에서 삼성생명 서울, 경기지역 영업소장들이 설명회 장소에 직접 찾아가 자사설계사들을 되돌려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고, 삼성생명 측에서는 회사차원에서 떠나간 설계사들을 잡기 위해 ‘홈커밍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