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지난달 15일이던 약정 시한을 25일로 연장한 데 이어 이달 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MOU약정 체결시한을 연장해줬지만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을 바꾸고 새로운 채권은행에 재무구조평가를 다시받겠다며 요지부동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발단은 이렇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행들은 41개 대기업그룹 재무구조 평가 결과 현대그룹이 약정 체결 대상으로 분류된 9개 그룹 중에 포함됐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주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 대상으로 분류됐는데, 이에 대해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
이에 지난달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에 주거래은행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온 데 이어 MOU 최종 약정시일 하루 앞두고 현대상선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지난달 28일 현대상선이 외환은행에게 대출금 400억원을 상환했으며, 나머지 대출금도 조속한 시일내에 상환 완료하여 외환은행과의 거래관계를 소멸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고 “외환 은행은 주채권은행 변경요구에 즉각 동의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2분기 때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 만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과 함께 상반기 실적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말도 안되는 억지”라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시험(재무구조평가)에 합격되지 않았다고 이같은 태도는 생떼 부리는 꼴”이라며 “다른 은행에서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다고 해서 주채권은행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채권은행으로 변경할 경우 우선적으로 주채권은행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금감원이 금융관리규정에 따라 허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최종 시한일을 넘긴만큼 앞으로 신한, 산업, 농협 등 부채권단과 운영위원회에서 현대그룹에 대해 신규 여신을 중단하는 쪽으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신규대출 중단 이후에도 현대그룹이 약정 체결을 계속 거부하면 단계적으로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은 30년 넘게 인연을 함께 해왔지만 이들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면서 대립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