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시티그룹의 지점에서 근무하는 재무상담사의 영업방식을 수수료를 받는 영업에서 보수를 받는 영업으로 바꾸고, 둘째, 고객이 원하는 경우 시티그룹의 내부 재무상담사가 아닌 독립 재무상담사를 연결하고, 셋째는 슈압 인스티튜셔널(Schwab Institutional)처럼 시티그룹에도 독립 재무상담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시티그룹의 발표는 세계 유수의 금융전문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전략은 시티그룹의 기존 전략과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1998년 시티은행과 트래블러스(Travelers)의 합병으로 탄생한 시티그룹은 그룹 내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금융 슈퍼마켓 전략을 추진해 왔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시티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별로 없었다고 풀이할 수도 있지만, 전략수정의 배경이 새로운 모델이 현재 시장이 나아가는 방향이며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유연성과 투명성 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투자선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적으로 말해서 현재 미국 금융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슈압 인스티뉴셔널이 금년 1월 20일부터 30일까지 자신들이 지원하는 독립 재무상담사(IFA) 중 1,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금도 독립 재무상담사를 선호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1월까지도 독립 재무상담사의 91%에게는 여전히 신규 자금 유입이 있었다고 한다. 자금 유입의 원천을 보면 전통적 증권회사의 고객에게서 45%, 타 금융기관의 고객에게서 30%, 스스로 투자 의사결정을 했던 고객에게서 25%였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전통적 증권회사를 피하려는 투자자 그리고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한계를 느낀 투자자가 독립 재무상담사에게 자문을 구하려고 옮겨 오고 있는 추세를 알 수 있다.
- 미국 금융기관의 변화 전략 -
*1975 증권중개 수수료 자율화
*1976 찰스 슈압, 할인증권중개업 시작
*1992 찰스 슈압, 펀드슈퍼마켓 시작
*1996 E*Trade, 온라인 증권중개업 시작
*1999 메릴린치, 온라인 증권중개업 병행
*2002 찰스 슈압, IFA 지원 영업 본격화
*2009 시티그룹, 보도자료 발표
보수 영업 강화, 독립 재무상담사 연계 등
과거에도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시장 상황의 변화에 전향적으로 대응하면서 성장해왔다. 1975년부터 중개수수료가 자유화되자 찰스 슈압은 할인중개업(discount brokerage)이라는 새로운 영업방식을 시작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자 기존의 중개업이나 기존의 할인중개업과도 완전히 다른 인터넷을 통한 할인중개업이라는 새로운 판매채널이 등장했다.
1996년에 최초의 인터넷 전문 중개회사인 E*Traders가 출현했고 뒤를 이어 Scottrade, Ameritrade, TD Waterhouse 등의 인터넷 전문 중개회사가 줄을 이어 나타났다. 할인 중개업을 처음 도입한 찰스 슈압도 인터넷을 통한 중개업인프라를 구축해서 대면영업을 통한 할인중개업과 함께 인터넷을 통한 할인중개업을 병행했다.
투자자에게 리서치 자료, 영업직원의 투자자문까지 제공하는 소위 Full Service 증권회사도 다르지 않았다. 1997년부터 미국 투자시장에서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중개업이 시작되고 점차 이용자가 많아지자 Full Service 증권회사를 대표하는 메릴린치도 1999년 7월부터 온라인 중개업무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메릴린치만이 아니라 역시 Full Service 증권회사인 모건 스탠리나 푸르덴셜, 페인 웨버 등도 온라인을 이용한 중개업무를 지원했다.
2000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피하게 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중개업이 급속도로 쇠락하자 이번에는 할인 중개회사들이 변화했다. 찰스 슈압은 독립 재무상담사를 지원하기 위해 1987년 설립한 슈압 인스티튜셔널을 근간으로 독립 재무상담사를 통한 투자권유와 인터넷을 통한 중개업을 연결해서 새로운 영업모델을 개발했다. Scottrade나 TD Waterhouse 같은 온라인 중개회사는 영업직원에 의한 대면영업 증권회사로 전환하고자 지점을 대폭 개설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필요하다면 자신들의 기존 영업방식과 전혀 다른 새로운 판매채널로의 진입도 서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금융기관들은 당시의 시장 환경을 고려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업모델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결과적으로 그 당시의 투자자 수요에 가장 적합한 판매채널을 제공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투자자는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금융기관과 투자자 양쪽 모두 win-win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 우리나라 투자시장의 흐름
펀드판매에 국한해서 볼 때 우리나라는 대면채널이 대부분이어서 투자자들이 상황의 변화에 따라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어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온라인 펀드몰을 개설하고 있지만 판매직원을 통한 대면채널과 구분되는 새로운 채널로서의 온라인 펀드몰의 등장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개별 판매회사의 온라인 펀드몰에서 판매하는 펀드의 수나 온라인 전용펀드의 수가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슈압 인스티튜셔널은 독립 재무상담사를 지원하는 인프라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모두 win-win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의 발전을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인프라의 육성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인프라가 구축되면 펀드 슈퍼마켓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독립 재무상담사를 지원하는 업무를 통하여 독립 재무상담사라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가능케 할 수 있으며 또한, 최근 언론에서 논의되고 있는 펀드투자비용 절감에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시티그룹의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도 판매구조 변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