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같은 달러 약세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에너지 및 원자재, 소재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핵심 키워드로 환율이 꼽히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국내 증시에서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수출주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기업 가격경쟁력의 열쇠로 볼 수 있는 엔화의 강세가 원화강세의 부정적인 영향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칠 줄 모르는 미국 달러의 약세 배경에는 지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경기부양 프로그램 등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이었던 미국의 재정적자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국채 보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통해 채무를 줄이는 것은 그만큼 미국 국채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고 있고, 주요 채권국들은 자국의 통화 강세를 차단하기 위해 다시 달러를 사들이고, 이를 통해 다시 미국 국채 보유를 증대시키게 되는 순환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치열한 환율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회복 징후가 보다 뚜렷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약화를 통해 상품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7일(한국시간) 향후 수요를 둘러싸고 등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상승 곡선을 다시 그리고 있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 전날보다 47센트 오른 배럴당 70.88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2주만에 다시 70달러대를 상향돌파한 것.
금값 역시 사상최고 수준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1.90달러(2.2%) 올라 온스당 1039.70달러까지 올랐다. 장중 가격으로 1045달러까지 상승하며 들썩이는 모습이다.
전날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상품가격의 상승세는 보다 가파른 움직임이다.
경기회복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의 강화, 미국 국채 가격 하락, 뉴욕증시 강세 등이 이어졌다.
호주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 및 중국, 러시아 등이 석유거래에서 달러화를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겹쳐지며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키움증권 마주옥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재정적자가 1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달러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확대, 주식, 상품,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수요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달러화 약세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강세는 수출업종보다는 내수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 원자재, 소재 등의 업종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이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1170원대 환율 수준은 여전히 원화 저평가 구간에 속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11월 원/달러 환율은 900원선이 붕괴됐지만 당시 수출은 17% 증가했다는 것.
결국 국내 수출은 환율이나 가격변수보다 글로벌 경기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회복을 반영해 4분기부터 수출은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임 팀장은 “기업실적이 증시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어렵겠지만,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국내 펀더멘털상의 문제에서 초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승기조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회복세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외국인은 여전히 국내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임 팀장은 “조만간 외국인 매수에서 소외됐던 우량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 등을 감안할 때 IT, 자동차 보다는 금융주와 환율 하락 수혜를 받는 내수주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