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재고조정이 마무리 단계여서 국내 수출 모멘텀은 오히려 강화될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KB투자증권 주이환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 회복세는 선진국 재고조정 사이클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며 “미국 재고 사이클을 대변하는 ISM 제조업 재고지수와 한국 수출 증가율을 보면 이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ISM 제조업 재고지수가 현 시점에서 상승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 수출 회복도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ISM 제조업지수는 미국의 제조업 경기 및 전체 경제를 대표하는 지표로 지난달 들어 신규 주문지수가 55.3을 기록하면서 이번 경기침체 발생 이전인 2007년 7월 수준으로 올라섰다. 생산지수 또한 57.9로 당시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같은 지표를 통해 미국 경제가 주문증가 및 생산확대의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 수석연구원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 모멘텀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며, 이는 수출주의 주가 조정 우려도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말을 저점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재고지수는 하락세였다”며 “기업들이 향후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주문확대에도 불구하고 재고조정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재고지수가 7월 들어 상승 반전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과의 상관관계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재고를 확대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한국의 수출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동안 뚜렷한 회복 양상에도 불구하고 수출액 증가율이 개선되지 못한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출품의 단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1월을 저점으로 물량 기준으로 수출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고, 선진국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 수출액 증가율도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 역시 과거 사례를 보면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주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2년 당시 IT거품이 빠진 이후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하락세를 예로 들며 “당시에도 수출 회복은 가파르게 진행됐고,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요적인 측면이 환율이라는 가격변수를 압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외국인 순매수에 따른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해서도 매수 여력이 둔화될 수는 있겠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등에 업고, 달러당 환율 1100원선까지는 당분간 매수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긍정적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중순 이후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며 일평균 4000억원을 웃도는 순매수 규모를 보였다. 지난주 후반 소폭 순매도를 보이다가 장막판 소폭 순매수로 돌아서는 등 매매패턴의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18일간 이어진 순매수세는 지난 1998년 1월20일 이후 34영업일 순매수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의 순매수 기록이다.
시장분석가들은 대체로 일시적인 매수세 약화를 예상하면서도 미국 증시의 흐름과 자금동향에 대한 눈치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최근 미국계 자금이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미국 경제지표와 뉴욕 증시 동향에 따라 한국물에 대한 포지션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외국인은 단기세력의 매도세와 장기세력의 매수세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단기세력의 매도세는 좀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프로그램 매수가 이를 보완해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발 경고음이 부담 요인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주 과잉유동성에 대한 미세조정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출구전략 논의 등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상승탄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미국 실업률 추이, 중국 증시의 불안정한 모습 등으로 매수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주가 조정은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며 “단기 급등과 중국 과열 경계감, 미국 고용지표 등을 지켜보겠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고, 중국의 즉각적인 금리인상 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조정국면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