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금융권 전권역으로 조기에 실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달부터 1∼3개월 미만 연체자들의 연체이자를 면제해 주고 원금상환을 미뤄 주는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1년간 시행된다. 대상은 금융권 채무가 5억원 이하인 사람이다.
◇ 정부, 채무조정제도 다양하게 추진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경우 충분한 자금지원을 받는 은행권은 감당할 수 있지만 제2금융권의 경우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전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침체의 심화가 예상됨에 따라 가계 및 중소기업의 채무 부담완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각종 채무조정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제도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있으며 여력이 없는 제2금융권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채무조정제도는 개인 프리워크아웃,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 중소기업 대출만기연장 등이다.
개인 프리워크아웃은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주체이며 금융권 대출 채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연체기간이 1~3개월이다. 지원 내용은 원금감면, 이자삭감, 만기연장, 상환방식 변경 등이다.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은 대부업체를 제외한 개별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하고 이자감면, 만기연장, 장기대출전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만기연장은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원화대출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2009년말까지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을 해주는 것이다.
◇ 자본확충펀드 포함 등 금융지원책 필요
하지만 제2금융권도 은행과 동일한 채무조정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은행권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자본확충펀드 등 대규모의 자금지원을 받는 반면,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자생적 경쟁력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는 것.
특히, 정상채권까지 채무재조정 대상에 포함할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채무재조정 채권의 경우 요주의로 분류가 불가피 하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기준이 정상일 경우 1.0%에서 요주의인 8.0%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전사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A여전사 관계자는 “가계 및 중소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채무조정지원 요구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여신금융사의 중소서민금융 지원 기능을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상일 경우 충당금 적립비율이 0.5%이지만 요주의로 분류되면 2%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최근 감독당국에서 자본확충 권고와 배당자제 등 건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저축은행들도 후순위채 발행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후순위채 청약은 목표치에 미달되는 등 자본확충이 생각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HK저축은행은 350억원, 부산저축은행도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지만 모두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또한 연체율은 상승추이를 보이고 있어 충당금은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6월 14.0%에서 12월말 15.6%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프리워크아웃까지 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 자산건전성 부담은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본확충 등을 감독당국에서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자본확충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프리워크아웃 제도 적용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 더욱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방향으로 경영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은행에게만 제공되는 자본확충펀드에 저축은행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정부의 금융지원책으로 인해 채무자들이 돈을 갚기보다는 기다리고 보자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기까지해 연체율이 증가하고 회수율은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여전사 및 저축은행 등 일정 부분 정리가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서민금융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비슷한 수준은 안되더라도 어느정도까지는 금융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추진 채무조정제도 현황 >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