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지속적인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탓으로 반 토막난 성과 펀드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한 풀 꺽인데 이어,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됐던 비과세마저 폐지돼 해외펀드 성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실제 해외펀드 수탁고도 최근 크게 감소한 경향이 뚜렷하다.
굿모닝신한 증권 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인 월별 유출을 보인 해외펀드 수탁고는 1월말 현재 3조 805억원이 유출 된 것으로 집계됐다.(기준일: 2008년 7월1일~2009년 1월 31일,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
이같은 펀드 수탁고 저하와 더불어 최근 외국계 합작운용사나 해외펀드를 현지 위탁 운용했던 국내 운용사들도 불리한 영업 환경을 맞고 있어, 향후 해외펀드 성장세가 위축 될 지 업계의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해외펀드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려 지분 합작 관계를 맺었던 외국계 합작 운용사나, 해외현지 펀드를 위탁운용사에게 위임했던 국내 운용사 역시 직격탄이 불가피하게 생겼다.
◇ 외국계 합작사 결별 수면위로
해외펀드 대중화 봇물로 국내 운용사와 지분 합작 관계를 유지했던 대표 외국계 합작 운용사들이 국내 운용사와 잇단 결별에 나서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합작을 맺었던 외국계 대주주 본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사업 철수가 가시화중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월 말 크레디트스위스(CS)는 합작한 우리CS운용 지분 30%를 파기한다고 통보한 것. 2006년 5월 30일부터 크레디트 스위스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30%, 70%의 지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업인 크레디아그리콜(CA)과 소시에떼제네랄(SG) 역시 오는 5월까지 최종 합병을 선언하고, 본사 차원의 운용본부 합병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진출한 합작사의 향후 행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재 크레디아그리콜과 소시에떼제네랄이 지분 합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합작운용사는 기은SG운용과 NH-CA투신운용.
NH-CA투신 마케팅팀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에서 진행되는 일 인만큼, 로컬 합작사에서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면서 “아직 국내 운용사 분위기는 예전과 다름없고, 본사 차원으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어떠한 결정도 통보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해외 현지 위탁사도 위탁운용 해지 잇따라
비단 최근 환경은 외국계 운용사는 물론 현지 펀드를 위탁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 입장에서도 불리한 환경을 연출중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해외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외국 현지 운용사와 위탁 계약했던 운용사들의 경우, 잇단 위탁운용 해지 통보를 전해받는 등 향후 관련 펀드 운용 스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그동안 국내운용사와 해외펀드 위탁계약을 맺었던 외국 현지 위탁운용사들이 잇따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달 20일 유리운용이 스웨덴 한델스방켄은행과 북유럽에 투자하는 ‘유리글로벌노르딕’의 위탁운용 계약을 해지한데 이어, 29일 동양투신은 ‘동양동유럽스타주식형’. ‘동양브릭스알파주식형’을 위탁한 프랑스 나티식스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지난 2일 한화투신운용도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주식투자신탁1호’의 위탁운용사였던 SAM과 위탁운용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 운용사들은 당분간 해외 위탁 파트너를 구할 때까지 관련펀드의 운용을 직접 맡는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신운용 마케팅팀 남상열 팀장은 “2007년 4월 물펀드 설정당시부터 18개월 이내 운용자산이 5000만유로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면, SAM측에서 운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었다”면서 “기존에 다양한 해외자산을 운용중이었고, 인력과 리서치를 강화해 현재로선 새로운 파트너를 구할 때까지 자체 운용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 외국계 정서 맞는 장기투자 펀드문화 정착돼야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합작사나 위탁운용사나 국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영업하고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국내 펀드시장의 질적 성장과 더불어 퇴직연금의 펀드 대중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금융자산은 1750조, 이 중 개인들의 펀드 자금은 170조원 규모인데, 이 금액만으로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 시장 진출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특히 장기철학을 중시하는 외국계 운용사들의 투자철학을 내세울 연금으로의 펀드자금 활성화 등이 미진한 단계라, 이같은 위탁사나 합작사들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현재 해외펀드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경기 호전된다면 국내 운용업계 입장에서 해외시장 확대와 진출은 필수적이라 대형사 위주의 선별적인 해외진출도 염두에 둘만 하다는 견해다. 우 소장은 “장기적인 국내 운용업계 발전을 위해선, 운용사들의 간접적인 해외진출인 위탁이나 합작, 또는 직접 진출은 꼭 병행되어야 한다”면서 “다만, 최근의 상황에서도 목도하듯 계약 파기등의 사례를 가정해 인프라나 리서치가 풍부한 대형운용사 위주의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