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대부분 경제 예측기관은 2009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소폭의 마이너스 내지 1~2%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6.7%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할만한 수치이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미국,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경기회복에 대해 기대감이 줄어들어서인지 경제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지금이 IMF당시보다 더 심각한 경제상황이며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경기의 부침은 자본주의 기본속성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급격한 경기악화는 기업 및 개인들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리스크를 통제할 기회를 주지 않고 많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다. 이에 현재 진행중인 경기침체가 개인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리스크를 살펴보고자 한다.
◇ 2008년 3분기 이후 개인대출규모는 큰 폭 둔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가계대출규모는 최근까지 계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신용경색(credit crunch)여파가 국내의 실물경제 및 금융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3분기부터는 가계의 여신증가폭도 둔화되고 신용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11월말 현재 총 가계대출잔액 규모는 약798조원으로 이중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은 47대 53정도로써 신용대출 총잔액은 약 368조원을 넘고 있다.
각 대출업권(은행, 카드사, 캐피탈, 보험사, 신협금고, 저축은행)에서의 등급별 신용대출잔액 현황을 보면 주로 상위 우량등급에 대부분 몰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하면서 위험수준에 따른 차등적 신용한도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등급별 대출금액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개인신용평가시스템구축이 비교적 늦게 도입됨으로 인해 등급별 대출금액에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위험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7~10등급 차주의 신용대출 잔액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위험이 잠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대출규모 증가속도는 대출업권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 신협, 금고 등은 2007년 3월 이후 거의 변동이 없거나 증가폭이 작아 실질적인 대출증가가 없는 상태이다. 반면, 대부업이나 카드론, 캐피탈 등에서의 대출증가율은 매우 크며 특히 금액의 증가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은행권 등에서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기존대출에 대해서도 리스크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수요자들이 카드론 및 캐피탈, 대부업 등의 대출기관으로 몰리고 있다고 추정된다. 특히 카드업권에서의 대출신규실행자수의 증가폭이 컸었는데, 이는 주로 서민층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고금리 소액대출 위주의 상품구성에 기인한다.
◇ 개인의 부채 상환능력은 저하추세이나 아직까지는 안정적
“실물자산 처분 없이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가계의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비율(capital gearing ratio)은 2008년 6월말 45.0%로 전년 말(43.3%)에 비해 상승하였다.
이는 2008년 상반기 중 가계의 금융부채가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한 반면 금융자산은 주가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가계의 가용소득에 의한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debt to income ratio)은 2008년 상반기 중 경상가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금융부채 증가율보다 낮아진 점에 비추어 전년에 이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이자지급부담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대비 지급이자 비율(income gearing ratio)도 부채규모가 확대되고 시장금리도 상승한데 따른 영향으로 전년 말보다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12호.) 전반적인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의 부채상환능력변화의 실질적인 결과치인 연체동향을 살펴보면, 2003년 카드대란 시 최고점을 기록하고 이후 계속 감소해 왔다. 최근 2008년 하반기 들어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나 그 폭이 크지 않아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비교적 다행스런 일이다.
각 금융기관별 현황이 조금씩 달라 은행권에서의 연체율은 거의 증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캐피탈, 대부업권의 연체율은 소폭 상승하고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 전망
개인부채는 2003년 이후 금융권의 신용경색국면이 해소되면서 본격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개인의 유동성 제약의 완화로 증가한 부채를 통해 가계소비 및 주택구입 등 소비 및 투자가 증대되고 구입한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향유하면서 경기순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와 맞물린 자산디플레이션 시기에는 부채를 통해 확보된 자산의 가치하락이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을 급격히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이 5%수준이었던 예년 상황하의 예상손실금액을 추정해 보면, 약 7조2303억 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되며 현재 금융기관이 적립해 놓은 대손충당금의 28%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현재는 수요붕괴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일자리감소로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대폭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나타내며 금융기관의 부담능력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예상부도율이 급증할 수 있다.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어려운 시기다. 개인, 가계, 금융기관 모두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현명하게 이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