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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기 만에 맞아보는 전세계적 위기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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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11-30 23:47

한국밸류운용 이채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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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기 만에 맞아보는 전세계적 위기
기상예보에 따르면 올 겨울 날씨는 평년보다 조금 더 따듯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의도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다. 우리는 올 한해를 ‘100년만의 최악’, ‘대공황 이후 최악’ 등의 극단적인 수식어를 달고 넘기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위기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까지 주식시장이 시달렸던 문제는 경기순환적인 것이었다. 매출정체와 비용부담으로 이윤이 감소하는 것은 경기 순환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공포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상황은 순환적인 경기침체에서 급속한 디플레이션 진입으로 급변하였다. 총 자산 7천억불의 투자은행 파산은 단기금융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선진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곧바로 이머징 마켓에서의 투자자금 회수로 이어졌다. 유가급등과 수출 둔화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우리나라는 특히 이런 상황에 취약했다. 달러 단기차입이 어려워지자 환율이 곧바로 폭등하며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건설사와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능성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해외로부터 수입돼온 신용경색이 국내에서도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의 돈줄을 잘랐고 경기 후퇴의 공포가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정말로 지갑을 닫았다. 전세계가 공히 디플레이션 초기 현상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수출기업은 물론이거니와 내수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줄줄이 하향되었다. 밸류에이션 논리는 붕괴됐고 다급한 중앙은행과 정부는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기정사실화하는 이벤트로 여길 뿐이었다.

◇ 지금은 미래의 시작보다는 과거의 연장선

연말의 주식시장은 변동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공포 확산에 따른 패닉셀링과 적극적인 정부 대응책에 따른 기대가 교차되면서 투자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금 투자자가 가장 절실히 알고 싶어하는 것은 ‘주식시장이 언제 정상화될 수 있는가’일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불황에 대한 두 번의 중요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하나는 1930년대의 대공황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일본의 복합불황이다. 앞선 대공황의 발생과 극복을 통해서 우리는 전세계적 수요침체에는 강력한 재정확대와 유동성 공급을 통해서만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 교훈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연일 사상최대의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고 전세계 각국도 앞다투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경험인 일본의 복합불황을 통해서, 경제 하부구조의 구조조정과 유연성 회복 없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배웠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및 경기부양책과 더불어 부실자산의 정리, 재고와 설비의 과잉 해소 등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 시작될 때 시장은 아마도 추가적인 경기악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산업 구조조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상태고 특히 올 상반기까지 비교적 상황이 좋았던 이머징 마켓에서는 산업 구조재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중요 과제 중 한 가지는 2009년으로 넘겨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겠지만, 새학년을 시작하기보다는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2009년의 회복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성숙하고 세련된 투자자의 모습을 그린다

앞으로 전개될 모든 상황을 정확히 전망할 수 없다면 원칙적인 대응에 충실한 것이 보다 실용적인 방법이 된다. 위대한 투자자 중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족집게 같은 능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들이 칭송받는 것은 모두가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자신의 확고한 투자원칙에 따라 결단을 내리는 담대함 때문이다. 투자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부와 명예를 축적한 워렌 버핏은 “지난 30년간 베트남전, 오일쇼크 같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블록버스터급 사건들이 수없이 벌어졌지만, 어떠한 사건들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의 투자원칙에 작은 흠집도 내지 못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사업에 투자하는 일은 언제나 유효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점이 언제가 됐건 만약 우리가 주식에 투자한다면, 그 주식을 팔게 되는 시점은 경제 상황이 모두 정상화되고 세계가 다시금 성장을 회복하는 순간일 것이다. 투자에서 수익이라는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 때에만 만들어지는 것이니, 상황이 좋아졌을 때 차익을 만들려면 상황이 안좋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주식을 살 수 밖에 없다. 앞으로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상황에서 주식을 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성숙하고 세련된 투자자의 모습은 투자한 기업이 망해버리거나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공포에 휩싸여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바닥을 더듬는 수동적인 태도와는 관련이 없다.

이미 적극적 유동성 확대 공급이 발빠르게 시행된 것처럼 주가가 오르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훼손되지 않고 살아남을 투자 대상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불확실한 미래로부터의 공포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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