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금융권 일각에선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론스타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매각 원천무효`라는 주장이 힘을 얻을 얻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이 24일 법원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헐값 매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론스타는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로워진 셈이다.
외환은행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銀 론스타 매각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규진 부장판사)는 24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1차 선고공판을 열고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행장에 대해서는 납품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으며, 항소심에서 재판이 길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 전 국장 등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고의로 인수가격을 낮춰주거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론스타의 인수자격과 관련 변 전 국장과 론스타측 스티븐리가 만나 얘기를 나눴다는 하종선 변호사의 진술이 있지만 인수자격을 부여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매각작업 가속화될까
하지만 이번 판결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법적 불투명성을 사실상 해소했다는 의미를 가질 뿐 지난 9월 HSBC와의 매각계약 결렬 이후 고착상태에 있는 외환은행 매각작업과 관련해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지난해 말부터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벌이고 있다.
론스타가 금융주력자인지의 여부다. 계열사로 갖고 있는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론스타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제조업 등)의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어서면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 판명나면 금융당국은 6개월간 대주주 적격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시정명령), 론스타가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주식 강제매각명령을 내려 6개월간 외환은행의 4% 초과 지분을 처분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현재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언제 끝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9월10일께 관련 자료를 받았으나 더 자세한 자료가 필요해 추가자료를 계속 받고 있는 중"이라며 "적격성 심사가 나오는데는 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를 기초로 양측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빠르면 연내 결정날 수도 있지만 늦어지면 내년으로 갈 수 있는 유동적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심사 결과에 따라 향후 외환은행 매각 방향이 결정될 것이지만 그만큼 이 경우에도 더딘 이행일정상 외환은행 매각이 빨리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론스타가 인수자를 물색하는 게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탄력을 불어넣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올 6월까지만 해도 1만5000원대였던 외환은행 주가가 증시 침체로 현재 550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적당한 대주주 후보를 찾아서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면 금융당국은 가급적 빠른시일 내에 심사를 해서 적격하면 인가를 내주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 "반발 설명서" 발표
한편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법원에서 무죄결정을 내린 이유는 자기자본비율(BIS) 조작이 배임죄 성립이 안 된다는 것으로 부실 매각과 연관성이 없고, 뇌물 수수 등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건과 연관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법원에서는 거시적 측면에서 매각과정이 일련의 상황들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BIS 조작, 뇌물 수수 등 모든 것들이 큰 흐름 속에서 부실 매각이란 것과 맥락상으로 연결 된다"고 반박했다.
고 실장은 "법원에서 이런 미시적인 행위들이 매각 과정과의 연결 고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검찰 차원에서 미시적 행위들이 모아져 부실 매각으로 갈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좀 더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무죄 판결은 투기자본을 비호하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앞장서서 론스타를 호도하고 감싸는 마당에 누군들 투기자본을 찬양하질 않겠는가. 불법매각이 무죄판결을 받았으니 사법부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검찰은 즉각 항소와 함께 철저한 재수사를 해야 한다"며 "국회 역시 전면에 나서 지난 국회에서 좌절된 `론스타게이트특별검사제` 법안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리자 기자 sh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