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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덫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09-24 21:19

모닝스타코리아 윤희육 사장

탐욕의 덫
금융기관 겸업화가 본업을 망각하고 수익만을 쫓다 덫에 걸려

부실채권기구설립으로 근본적 해결이 가능한지는 고민해 봐야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흐름은 금융의 자유화와 세계화로 대변될 수 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규제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업종이 통합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해 왔으며, 국가간 교역의 확대로 글로벌 상호의존도가 증대되면서 금융시장은 점차 하나로 통합화 되어갔다. 시장은 본질상 확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로비스트의 압력행사를 통해 혹은 신종 금융기법의 도입을 통해서 규제와 국가영역의 틀에서 벗어나 이익을 추구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시장의 탐욕적 이익추구가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때로는 글로벌 불균형 현상을 가져와 거품의 형성과 붕괴(boom and bust)라는 사이클이 반복되어 왔다.

1990년대 중남미와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는 바로 이러한 시장자유화와 불균형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발생된 비극적인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최근의 신용경색위기 역시 시장의 파괴적인 힘이 규제를 벗어나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발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의 미국 발 금융위기는 무엇보다 1985년 이래 발달되어온 구조화 금융의 확산으로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구조화 금융 혹은 증권화란 리스크를 재 배분하고 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얻기 위해 금융자산을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리스크를 다양한 경제주체에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게 되었다. 2000년대 초 월드컴과 엔론 등의 기업이 파산할 당시 은행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구조화 금융의 일종인 신용파생상품으로 리스크가 은행에서 다른 주체에 이전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증권화할 수 있는 모든 자산들을 끄집어내 경쟁적인 증권화를 시작했으며, 증권화가 진전되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계약상 권리와 기업의 신용도에 연계된 신용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신을 했었다.

2000년대 이후 각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이 주목 받게 되었는데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으며, 은행들은 신용파생상품이라는 안전을 담보로 무분별한 대출을 증대시켰으며,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증권화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투자은행 부문이 확대되게 되었다.

가령 정크 본드의 조각들을 모아 증권화할 경우, 시니어(Senior)와 메자닌(Mezzanine)등급의 경우 높은 신용등급을 받게 되는데, 동일등급의 국채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아 투자매력이 커져, 위험자산 투자에 제한을 가진 금융기관들은 이에 투자함으로써 대차대조표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 않은 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증권화할 경우, 높은 신용등급으로 대차대조표상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차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유인을 갖게 되었으며, 이렇게 할 경우 부채와 자산규모가 증대됨으로써 기업은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를 회피하며 성장할 수 있는 유리한 수단이 되었다.

실제, 다수의 모기지 관련 정크 본드 들이 증권화되면서 그 전체 가치는 개별적으로 거래될 때에 비해 커지게 되었으며, 신용평가사에 의해 부여된 높은 신용등급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였고, 미국 정부의 암묵적 보증아래 모기지 증권시장의 거품은 재생산 되었던 것이다. 패니매와 프래디맥과 같은 국책 모기지 업체는 정부의 보증 하에 대량으로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을 매입하였으며, 신흥 이머징 국가들 또한 넘쳐나는 달러유동성으로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이 판매하는 금융상품들을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거품확산에 기여하였다.

물론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지속하는 한 이러한 금융상품은 대차대조표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투자기관들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발생하면서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가속화 되었고, 투자은행들이 차입했던 부채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었던 항목의 가치가 계속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자기자본을 잠식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자산가치가 감소하면서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관련 모기지 자산을 팔아야 했으며,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매수자가 없다 보니 모기지 관련 증권은 정크 본드 수준으로 전락하면서 투자은행의 손실이 가속화 되었다.

그때서야 신용평가기관은 관련증권에 대한 투자등급의 하향조정을 단행하였으며, 투자은행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부채와 손실증가로 이들은 파산의 길을 걷게 되었던 것이다. 베어스턴즈나 리만 브러더스와 같은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의 도산은 신용파생상품의 공여자 역할을 자처해온 AIG와 같은 대규모 보험사의 손실을 가중시키게 되었고, 전통적 경계를 넘어 투자은행 역할을 추종해온 보험, 은행, 증권사를 막론하고 미국의 꽤 많은 금융기관들이 파산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전염성 위기가 확산되게 된 것이다.

결국 미국 발 금융위기는 은행,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금융기관이 겸업화 되면서 수익만을 쫓기 위해 전통적인 업무의 역할에서 벗어나 투자은행의 역할에 치중하게 되면서 더욱 확산된 측면이 있다.

전통적으로 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채권자로써 채무자의 신용도를 가장 잘 파악하는 입장에 있지만, 신용파생상품을 활용해 신용 리스크를 없앰으로써, 채무자의 신용에 관계없이 무책임한 대출을 증대시켰으며,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신용등급이 개선된 모기지 증권화 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안전자산을 가장한 위험자산에 과다한 투자를 하였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의 증권화를 통해 거래 및 판매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레버리지 확대로 자산을 증식시키면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전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의 거품은 확대되고 터질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유화 과정에서 시장개별 주체들의 탐욕적 이익추구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최적화를 낳았다기 보다, 모두가 공멸할 지도 모르는 ‘파국적 덫’을 만들었다. 시장은 무한히 확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규제가 있더라도 다양한 상품과 수법을 통해 트렌드를 변화시켰으며, 그러한 변화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 하였다.

오히려 미국정부에 의한 암묵적 보증은 주택시장의 거품을 재 확산 시키게 되었으며, 시장 스스로의 자율규제 마저 무너져 버리는 결과를 낳게 하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위기를 겪으며 부실채권기구를 설립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파생상품을 매입하는데 7000억불 이상을 쏟아 부을 것으로 발표했지만, 이러한 대처방안이 진정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수단으로 제시된 것인지 아니면 다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제시된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경제가 추구해왔던 시장경제 원리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며, 또 다른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식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글로벌 경제에 끼치는 파급력 또한 클 것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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