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의 이번 동결은 향후 단기적으로 미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으며,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플레 상승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FOMC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노동시장이 계속 약화돼 왔고 금융시장도 여전히 상당한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신용시장의 환경과 지속되고 있는 주택시장 불황, 에너지 가격의 급등 등으로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FOMC는 이어 “성장 둔화의 위험이 여전히 높지만 인플레이션 위험 역시 미국 경제의 중대한 우려가 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진행상황을 관찰하면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올 상반기 보인 우려 해소의 자신감보다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 기관의 악재가 불거지면서 우려 심화의 무게감을 반영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금리동결에 따라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향후 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징후로 받아들이면서 뉴욕증시도 3% 가량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이번 성명서에서 FRB는 “시장의 유동성을 촉진하기 위해 지속해온 조치들과 더불어 상당한 기간에 걸친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완화는 완만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FRB의 정책 방향이 금융 유동성 공급과 경기 활성화쪽으로 기울 것임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메리츠증권 조성준 연구위원은 이같은 FRB의 금리동결에 대해 “FRB가 경기와 물가에 동등한 비중으로 우려를 밝히고 있다”며 “시장이 향후 당분간 금리가 동결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 경제환경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져 금융정책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유가가 120달러를 하회함에 따라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 경제 패러다임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단순한 경기침체로 전환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정책방향의 전환으로 인상보다는 인하쪽으로 유동성 확대정책을 구사하면서 심화되는 경기침체를 완화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유가하락은 주식시장에 상승 모멘텀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유가가 110달러대로 하락한다면 물가상승 압력이 보다 낮아져 내년 상반기에 경기 저점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