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갑작스러운 환율급등으로 주름살이 늘어나는 수출기업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정영천 한국수출보험공사 환기획팀장은 이렇게 헷지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 헷지를 통하면 환율급등락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상쇠해 환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헷지는 보유포지션과 반대포지션을 취해 위험을 줄이는 금융기법. 특히 수출대금을 달러, 엔화, 유로화 등 외환으로 받아 24시간 내내 환위험에 노출된 수출기업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환차손 규모가 늘어난 데 헷지차원이 아니라 환차익으로 한몫 챙기려는 욕심과 우발적 경제충격이 섞여 화를 키웠다는 게 정팀장의 생각이다.
요즘 환차손의 진원지는 통화옵션거래상품의 일종인 키코(KIKO).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상품은 헷지비율이 1:1로 위험과 손익이 완전히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환차익을 챙기기 위해 그 비율을 조정한 옵션형 통화거래상품이라고 한다. 환율이 예상한 밴드 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면 이익이지만 갑작스러운 급등락으로 미리 설정한 밴드에 한번이라도 닿으면 사전에 약속한 옵션에 따라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리스크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의 변동성이 낮으면 이익이지만 반대로 급등락하면 오히려 큰 손실을 입는 야누스적인 상품이라는 것.
최근 수출기업의 막대한 환손실에 대해서도 정영천 팀장은 “불확실한 시장상황에서 이익과 손실을 상쇄시키는 것이 헷지의 본질”이라며 “헷지비율의 조정으로 환이익을 내려다 갑작스러운 환율급등이 겹치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환율은 기업의 숨통을 쥐는 최대복병으로 떠올랐지만 그 대응수단인 환리스크 관리는 중소기업에겐 비용, 인력 등의 문제로 ‘그림의 떡’으로 여겨지는 게 엄연한 현실.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의 비바람을 피하는 방법은 있는지 궁금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환변동보험.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고, 환율급등으로 이익이 나면 환수금형식으로 다시 받는 구조를 취한다. 보장환율이 정확히 정해져 환율의 급등락과 상관없이 이익과 손실이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수수료도 약 연 0.045% 수준으로 예컨대 100만달러를 헷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1년에 400달러에 불과하다는 자랑도 줄줄이 늘어놓았다.
이 같은 매력 때문에 환변동보험은 수출보험공사가 지난 2000년 첫선을 보인 뒤 지금은 보험가입 규모가 18조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증거금 문제로 일반 금융권에서는 환헷지를 하기에 사실상 어렵다”며 “수출실적이 있거나 신용장 등 증명서류가 있는 수출기업이라면 누구나 환변동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해준다”고 말했다.
정영천 팀장은 리서치출신 환율전문가. 2여년 동안 조사부에서 환율, 주가, 금리, 원자재 등 경기전망 분석가를 거쳐 환위험변동보험의 확산을 위해 지난해 7월 환변동관리부로 발탁됐다. 환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환리스크 전략에 대한 강의를 100여회를 진행한 베테랑 강사이기도 하다.
앞으로 포부에 대해서도 그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수입업자의 환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환율 이론,경험을 거울삼아 원자재 변동리스크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