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공공정보 공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8062917480487741fnimage_01.jpg&nmt=18)
그러나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참혹한 실패였다. 순결보험에 가입한 여성들은 보험만을 믿고 상대적으로 방종한 생활에 빠져버렸고 이런 ‘도덕적 해이’로 손해율이 올라가자 보험사는 재빠르게 보험료를 인상하지만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정숙한 딸을 둔 부모는 보험에 들지 않고 방종한 딸을 둔 부모만 보험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역선택의 문제이다. 경제적 활동에서 역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거래의 당사자가 거래 주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장경제의 역사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가는 과정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신용정보는 바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여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 인프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인프라 구축의 중심에 신용정보회사가 있다.
하지만 신용정보회사가 금융시스템에서 정보중개자로서의 공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정보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각각의 금융기관들이 타사의 정보에 대한 이용 요구는 강한 반면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는 지나치게 인색하기 때문이다.
IMF이후 카드부실에 따른 후유증을 혹독하게 경험한 카드사 등 관련업계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서 개인의 신용평가에 필요한 정보의 공유를 일정부분 이뤄낸 반면 기업신용부문 중 중소기업관련 정보는 정보보유 기관의 배타적 분위기와 비협조로 정보공유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2002년 이후 경기가 확장국면에 진입하면서 금융기관들은 경쟁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정작 여신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량의 부족으로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반면에 금융소비자인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요구하는 신용도 수준을 맞출 수 없어서 제도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전형적인 정보비대칭이 야기하는 역선택을 우려한 시장의 실패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이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정보를 사회적인 공공재(Public Goods)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많은 정보가 오픈 되고 공유될수록 경제활동과 관련된 리스크는 감소되고 거래관련 비용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도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 공개하도록 되어있으나 해당 기관에서는 비공개대상정보라는 예외조항을 폭넓게 적용하여 민간부문의 정보공개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비협조로 인해 정보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신용정보회사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별도로 정보를 수집, 가공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금융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는 항상 부족하고 정보가 부족함에도 정보의 가격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이러한 거래비용의 상승과 정보부족이 우리 금융시스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선진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파산정보, 조세체납정보, 소송정보 등의 공공정보와 각종 공공요금 납부 실적 등이 공개되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2005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금융기관의 여신담당자들은 신용평가목적으로 납세관련 정보(67%), 사업자의 휴폐업정보(21%)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납세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관련된 정책자금의 집행역할을 수행하는 금융공기업과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과 관련된 재무정보 및 보증정보, 그리고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의 공공정보를 민간 CB나 금융기관에서 제한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면 중소기업과 관련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공공정보의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공적CB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은행연합회를 통하여 정보를 집중하여 관리하게 한다면 정보의 오남용에서 오는 선의의 피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