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동적 규제에서 동반자적 신뢰관계 구축
최근 금융권에는 은행권의 바젤Ⅱ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도입 추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산정기준을 대폭 강화한 바젤Ⅱ가 올해부터 국내 은행권을 대상으로 도입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을 받은 상황이고 4곳이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기위해 신청을 한 상황이다. 바젤Ⅱ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의 도입은 은행 영업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제2금융권 풍선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은행의 경우 내부등급법 승인이 되면 대외적으로 신인도 개선효과를 통해 글로벌 경영에 한층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바젤Ⅱ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지난달 말 신한은행이 금융위로부터 바젤Ⅱ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을 받았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대기업 모형에 대해서는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신한은행도 특수금융(ABS PF 등), 여신 3억미만 가계형 소호, 비영리 법인 금융기관 등의 모델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내부등급법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모든 모형에 대해 다 승인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완 작업을 통해 추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현재 산업, 기업, 우리, 하나은행 등이 모델 보완작업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내부등급법 승인된 곳 공격영업 기반 마련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신평정보 리스크컨설팅사업부 정혜욱 선임컨설턴트는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은 곳은 BIS비율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 위축되는 반면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은 은행은 상위 우량 여신에 대한 운용폭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 인하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을 받은 은행의 BIS비율이 2%가량 높아지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는 2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어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실제로 바젤Ⅱ 도입으로 BIS비율이 하락추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과 신한은행은 상대적으로 하락추이가 소폭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 국민·신한 통과 4곳 보완 작업중
금감원은 바젤Ⅱ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 2004년 4월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그 이후 바젤Ⅱ 국내기준초안 및 이에 대한 구체적 적용방안을 제시하는 각종 세부지침을 마련해 왔으며 2007년에는 바젤위원회에서 제시한 바젤Ⅱ에 국내은행 및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국내 금융현실에 적합하도록 규정에 반영한 바젤Ⅱ 국내기준을 확정했다. 이를 토대로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은행에 대한 승인업무를 추진 중이다.
바젤Ⅱ의 표준법·기본내부등급법은 올해 1월 1일부터 도입되었으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기본내부등급법을 적용하고 그외 은행들은 별도의 승인이 필요 없는 표준법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국내 은행이 지향하는 고급내부등급법을 2009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서 2008년 6월부터 고급내부등급법 승인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 은행산업 수준UP…감독방향도 선진화
바젤Ⅱ 의 도입은 국내은행의 리스크 관리문화를 선진화해 국내 은행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는 은행권으로만 한정되어 있으나 바젤Ⅱ 은 점차 확대되어 금융지주회사, 저축은행 등의 건전성 감독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감독 측면에서도 최저자기규제 방식의 개선뿐만 아니라 감독기능, 시장규율 강화 등 선진감독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므로 국내 금융감독 수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젤Ⅱ의 도입은 감독당국의 규제를 은행이 수동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에서 감독당국과 은행이 협의해 감독 기준을 정하고 은행이 이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는 방식으로의 감독 패러다임 전환으로써 감독당국과 은행간 동반자적 신뢰관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기업, 투명성 제고…개인, 신용도 개선노력할 것
바젤Ⅱ의 도입은 또한 신용등급에 기반한 대출 실행을 촉진시킴에 따라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우 유리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기 위해 CEO를 중심으로 회계정보의 투명성, 재무건전화, 윤리경영 제고 및 전사적 리스크관리(ERM: Enterprise Risk Mana gement)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개인의 경우에도 기존의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에서 탈피해 주거래 은행에 거래집중, 계획적인 대출관리를 통한 연체 방지 등 신용도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바젤Ⅱ가 도입 되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 체계 및 리스크 감독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A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기관, 감독기관 및 시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과 리스크 관리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해 이익을 산출하는 투자임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도록 조직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