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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까지 어떻게 알겠어요?”

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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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4-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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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하나 없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재테크 분야를 주로 취재하고 있는 기자도 월급날 몇 개 펀드계좌로 적립금이 이체되도록 설정해놓고 수익이 나길 기대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한 사람이다. 그중엔 외국에서 설정된 역외펀드 상품도 있다.

투자금의 일부를 환매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의 은행을 방문했던 어느 날의 일이다. 서류를 작성하며 예상 수익률과 환율 수준을 묻다가 마지막으로 환매대금이 언제 입금이 되는지를 물었다. “영업일 플러스 ○○일이니까 아마 대충 ○○일쯤엔 입금될 겁니다.” 행원의 대답이었다.

기자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며칠이라고 확실히 알려주지 못하고 대충 며칠쯤이라고 얼버무려 말을 할까? 이유를 물어보자, 해당 펀드는 룩셈부르크에 설정되어 있는 역외펀드이기 때문에 환매도 해당 국가의 영업일에 맞춘다는 설명이었다.

즉, 룩셈부르크 증시의 영업일과 휴일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확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걸 왜 모르냐고 재차 묻자 룩셈부르크 일정까지 어떻게 알겠냐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룩셈부르크는 조세중립지역이다. 그 때문에 과세를 피하려는 세계 수많은 자산운용사들과 투자은행들이 그 작은 나라에 몰려들어 펀드를 설정했다. 물론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역외펀드 중에도 룩셈부르크에서 설정된 펀드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기자가 찾았던 은행 역시 국내에서 역외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런 곳에서 “룩셈부르크까지 저희가 어떻게 알겠어요”라는 대답을 들으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무슨 일인가 하고 옆 창구 행원들이 거들었지만 누구도 환매대금 입금날짜를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은행 직원들의 업무가 얼마나 많은지, 해야 할 업무의 종류와 매일 반복되는 야근 등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들춰내는 이유는, 적어도 은행에서 누군가는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펀드를 환매 신청했을 경우 정확히 며칠에 입금되는지’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번 본사에서 전 지점에 관련 정보를 송부하거나 은행 인트라 네트워크에 띄워놓으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만약 특정일에 급전이 필요한 고객이었다면 어땠을까. “서비스가 제대로 안되면 수수료도 깎아줘야 이치에 맞지 않나”고 힐문하는 고객에게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펀드 투자자들에게 들어보면 이보다 더한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 같다.

펀드에 가입한 고객의 숫자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해당 펀드를 판매했다면 환매하는 순간까지 책임지는 것이 적지 않은 판매수수료를 받는 판매기관의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다.

워낙 짧은 기간 사이 붐이 일어 금융기관들이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1가구1펀드 국가가 돼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미처 챙기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김창경 기자 c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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