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장외파생상품시장은 지난 2003년 도입된 이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장 규모가 26조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20여개 증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를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을 위한 방안에도 교훈을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신용파생상품의 변형 = 지난해초 HSBC의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 손실과 자산상각 등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서브프라임발 악재. 채권보증업체인 모노라인의 부실과 헤지펀드들의 마진콜 등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이달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에 따른 헐값 매각까지 금융시장의 도미노식 ‘시한폭탄’으로 작용하면서 크게 세 차례에 걸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했다.
지속적인 금리인하 속에서 지난달 미국의 주택판매가 저점을 딛고 반등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물가불안 요인으로 부동산 뿐만 아니라 각종 채권 및 신용카드 연체 등이 불거질 우려도 크다.
이번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의 기저에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보다 다양해지고, 고도화된 신용파생상품의 난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DS(Credit Default Swap)와 같은 신용파생상품이란 채권·대출금 등의 기초자산으로부터 신용위험을 분리해 거래 당사자 간에 이전하는 금융거래 계약이다. 이는 신용위험에 대한 부담을 전가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 신용 리스크의 선진적인 관리수단으로서의 측면이 부각됐다. 이후 지난 2004년부터 신용파생상품은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 등이 수익 제고를 위해 그 취급을 늘려왔다. 즉, 기존 위험회피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되는 변형을 가져왔다.
미결제 스와프 금액이 지난 2001년 9000억달러에서 올초 45조달러까지 늘어나면서 파생상품시장에 과잉 유동성이 몰렸다. 문제는 파생상품이 어느 투자자에게 얼만큼의 규모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것.
워런 버핏이 한 때 “파생상품이 앞으로 대량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 국내 금융회사 신용파생 참여 확대 = 최근 정부는 원화표시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관련 제도 마련과 회계처리 기준 정비 등의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내년 자통법 실시로 다양한 목적의 새로운 파생상품이 도입될 수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2000년대 들면서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참여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
금감원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기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규모를 제외한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표시 신용파생상품 거래 잔액이 4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대부분이 외국 금융기관이 매도한 신용위험을 국내 금융기관이 떠안는 보장매도형이다.
김형닫기

이번 베어스턴스 사태에서도 국내 금융회사들은 베어스턴스 발행 ELS(주식연계증권)·채권·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에 따르면 다행히 이번 베어스턴스와 관련된 국내 금융사 투자규모가 4430억원대로 크지 않고, 신용등급 유지 속에서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해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낮아 국내 금융사들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베어스턴스 이외의 금융기관 투자분에 대한 불안요인은 아직까지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보통 발행 증권사가 상품구성과 위험 회피 능력이 부족해 자체 헷징을 하는 방식이 아닌 외국계 투자은행에 상품 기초자산을 맡기는 백투백(Back To Back) 방식의 상품이 많은 것도 문제점이다. 결국 우수한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전문인력 육성을 통한 자체 상품개발과 헷지운용능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