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의 이야기는 확률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러한 판단 하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리스크관리를 이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하면 리스크라는 측정치를 만들어낼 때 확률적 행동 하에 합리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러한 수치에 근거한 관리전략의 수립이 그 행동에 정당성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리스크는 확률적 행동 하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게임이다. 게임이라는 표현은 지극히 가볍게 느껴지지만 리스크는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확률적 게임과 대동소이하다.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관리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의 경험은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인해 소중하다. 반대로 실패의 경험은 뼈아픈 과정을 겪었기에 성공의 그것보다 더욱 소중하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2000년 초반 시장리스크 기반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고, 6~7년이 지난 현재는 통합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과거의 시스템을 개보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프로젝트의 실패 여부는 구축완료 후 운용단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시스템을 완비했지만 정작 운용단계에서는 몇가지 기능만을 사용하거나, 혹은 상위부서에 보고하기 위한 보고서 기능으로 밖에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주안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
리스크라는 단어의 어원은 ‘뱃심 좋게 도전하다’라는 의미의 초기 이탈리아어 ‘risicare’에서 유래됐다. ‘도전하다’라는 의미에서 보면 리스크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인 셈이다.
리스크는 보수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뱃심 좋게 도전하다’라는 초기 어원과 비교하면 현시점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느낌은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감독원의 리스크관리 최소기준 대응을 위한 시스템 구축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리스크의 의미를 초기 어원이 내포하고 있었던 진취적이고 도전적 의미로 되새겨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진행되는 시스템 구축작업은 레거시 시스템을 개보수하는 데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시장리스크와 관련된 지난 10여년의 경험을 살려 반영하려는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우선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규제기관의 새로운 감독요건과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 그 첫 번째 이유이고, 시스템적 낙후성과 유지보수의 원활함 확보하기 위함에 그 두 번째 이유가 있다.
한편, 시스템적 측면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은 시스템적 통합성과 유연성이다. 시장 및 감독당국의 규제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시스템적으로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인 것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항을 시스템화하여 고정시켜놓을 것이 아니라 변경사항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 유연성을 열어 놓는 것이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라 할 수 있다. 성숙해가는 리스크 시장과 필요한 시스템이 서로 매칭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과 솔루션의 매칭에 대한 당위성은 현재 증권사가 통합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신상품 도입에 따른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지원하기 위함이다. 과거와는 달리 가속화되는 경쟁 환경과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상품 도입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상품을 적시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프론트 측면에서의 대응과 미들 오피스 측면에서의 대응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결국 리스크관리 체계의 시스템적 대응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규제를 준수하기 위함이다. 증권사는 전통적으로 시장리스크 중심의 리스크관리가 이루어져 온 대표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최근 감독원의 리스크관리 기준에 따라 신용리스크ㆍ운영리스크ㆍ유동성/금리리스크를 아우르는 종합적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여야 하는 당면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증권사의 경우 시장리스크를 제외한 타 리스크 영역에서는 경험이 부족하고, 확보한 데이터 역시 기반의 취약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부족한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적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효율성ㆍ통합성ㆍ유연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남규 기자 ng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