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런은 지난 5일 잉카인터넷을 상대로 특허심판원에서 진행한 ‘적극적 관리범위확인심판’에서 승소했으며, 잉카인터넷이 특허 침해 사실을 회피하기 위해 시작한 특허권 무효심판에서도 승소해 자사의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을 모두 입증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실상 올해 1월 3일 똑같은 사안에 대해 잉카인터넷의 손을 들어주었던 판결을 180도 뒤엎은 결과다.
◆특허심판원 판결 ‘갈팡질팡’
소프트런과 잉카인터넷의 특허권 침해 논란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PMS를 둘러싼 양사의 특허 공방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프트런은 잉카인터넷의 기업용 보안 솔루션인 n프로텍트 엔터프라이즈가 자사의 제품군과 동일한 PMS 모듈을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경고장을 발송한다.
이에 긴장한 잉카인터넷측은 2007년 초, PMS 모듈은 과거 해커들이 이용하던 기술이기 때문에 한 회사가 특허로 취득해 상업화 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펴게 되고, 곧바로 특허심판원에 해당 특허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한다.
당시 특허심판원은 소프트런의 손을 들어주어 잉카인터넷이 패소하게 되지만, 07~08년 사이에 진행된 항고심에서는 원심을 뒤엎어 잉카인터넷이 승소한다. 또한 동일한 기간에 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가처분 신청에서도 지난해 11월 말 잉카인터넷이 승소함으로써, PMS 무단 도용을 둘러싼 법적공방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해 3월 5일 특허심판원은 다시 소프트런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동 사안을 바라보는 보안업계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PMS 무단 도용이란 주장과 특허 무용론의 주장의 옳고 그름에 앞서, 특허심판원이 갈팡질팡 하는 사이 동 사안을 둘러싼 법적 공방의 공정성과 객관성 여부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하락한 셈이다.
◆3차가 아니라 다시 1차 판결
올해 1월 3일 잉카측에 패소한 소프트런은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통해 자사의 반론자료가 미흡했음을 인정했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항소할 것이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해당 조치를 취한 소프트런은 결과적으로 승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동 사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번 판결이 지난 1차와 2차 판결에 이은 3차 판결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번 판결은 특허 소송의 범위를 재조정한 후 다시 진행된 1차 재판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2년 넘게 끌어온 양사의 특허 공방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 셈이다.
특허 침해의 범위를 재조정하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시작할 수 있는 현 특허 심판의 허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해당업체 관계자는 “특허심판원의 판결이 일반 형사ㆍ민사 소송에 비해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해당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후에 진행될 민사 소송의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현 제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양사 모두 “이기면 그만둔다”
2년 넘게 끌어온 특허 공방이 원점으로 돌아가자 양사 모두 동 사안에 대한 신속한 종결의 의지를 표명했다.
더 이상 비생산적인 소모적 논쟁에 얽히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양사 모두 신속한 종결의 배경에는 승소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금전적 손해배상 여부를 떠나 일단 이기고 나서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우선 소프트런 관계자는 “잉카인터넷측이 소프트런의 기술력을 도용한 것이 이번 판결로 재확인 됐다”며 “잉카인터넷측에서 적정수준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법적 공방을 그만둘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프트런의 PMS 기술력은 일반 SW의 업그레이드에 적용되는 패치 기술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며 “PMS 솔루션의 기술적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 유사한 기술력으로 취급하는 것은 기술적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프트런측은 유사한 PMS 기술력을 사용하는 기타 SW기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법적 공방을 통한 파급효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잉카인터넷측은 이번 판결에 불만을 품고 강력한 항소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미 특허심판원을 넘어 남부지방법원의 가처분 소송에서도 승소한 바 있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승소를 하게 되면 얻는 것이 많지만 반대로 모든 사안에 대해 패소를 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점 역시도 항소의 또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잉카인터넷 관계자는 “현재 n프로텍트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은 총 25개의 모듈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번 특허와 얽혀 있는 모듈은 단지 하나일 뿐”이라며 “동 특허 여부를 인정할 수도 없지만 특허를 모두 인정한다는 가정 하에도 해당 모듈의 라이선스 비용은 연간 1억 원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잉카인터넷이 이번 특허 공방에서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동 사안을 둘러싼 기업 이미지의 손상 때문”이라며 “동종 업체 간의 제살깎기식 특허 분쟁은 앞으로도 지양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이사의 고소로까지 이어진 소프트런과 잉카인터넷이 이미 깊어진 감정의 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보안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김남규 기자 ng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