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조그만 분식식당을 하고 있는 김유진씨(45세, 가명)에게는 정신지체 장애를 겪고 있는 딸이 하나 있다. 10년 동안 고생한 덕에 작지만 아담한 집도 장만했고, 아이의 치료와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누구보다도 귀하게 키우고 싶고, 좋은 교육과 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싶다. 하지만 김유진씨는 요즘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은 별 문제 없지만, 만일의 경우에는 누가 평생 딸을 돌볼 수 있을까? 재산을 남겨도 아이가 정상적으로 재산을 관리할 수 없고 아이의 재활, 치료와 교육에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김유진씨는 자신이 딸보다 먼저 사망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아이의 재산관리를 이미 사망한 남편의 형제가 아닌 자신의 여동생을 중심으로 수탁자가 맡아서 하도록 신탁을 설정하고자 한다. 딸에게 남겨질 재산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변호사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아이의 이모 등 세 명을 공동수탁자로 하는 신탁을 설정했다. 신탁계약에 의해 공동수탁자들은 딸에게 가장 필요한 방식과 내용으로 수익이 지급되도록 할 것이다. 딸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를 포함해서 딸이 다니던 학교, 병원, 재활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법과 내용으로 평생 사용될 것이다.
또한 아이의 지속적 교육과 재활, 치료를 위해 사용될 비용은 기본재산 외에도 김유진씨가 가입해둔 생명보험금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 경우 생명보험금 역시 신탁재산이 되어 공동수탁자가 관리할 것이다. 그동안 신탁을 통해 생명보험금을 활용하는 상속계획이 여러 가지 이유로 빛을 발하지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표적 보험회사들이 신탁업인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신탁업무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재산상속에 직접 관련이 되는 보험과 신탁의 결합은 생명보험신탁과 같이 상속계획의 일환으로 신탁을 설정하면서 생명보험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와 관련이 된다.
생명보험신탁이란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신탁을 설정해 자녀의 성장 전까지 안정적인 보험금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자녀가 어린 상태에서 부모가 사망하면 사망 시 받는 일시보험금을 어린 자녀가 탕진하거나, 친인척이 후견인으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등 자녀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회사 업무관계로 친해져 결혼까지 하게 된 유지원(42세, 가명), 이경순(38세, 가명)씨 부부는 각각 7세와 4세인 아들과 딸이 위한 신탁을 설정했다. 신탁재산을 잘 맡아서 관리해 줄 수탁자는 아이들의 할아버지로 했다. 그리고 생명보험에 가입해 부모가 사망하면 지급되는 보험금이 아이들이 성인이 된 다음에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도록 지급시기와 용도를 제한하고자 한다.
이런 경우 신탁으로 정해진 수탁자 또는 신탁 자체가 보험계약의 주체가 될 수는 없는가? 아니면 보험회사가 직접 수탁자가 되서 신탁재산인 보험금을 관리할 수는 없는가? 이런 내용이 앞으로 신탁업을 수행하고자 하는 보험회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보험과 상속문화의 선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재산상속계획으로서 신탁과 보험의 결합은 앞의 사례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보험신탁이 하루속히 개발, 시행돼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한울 이창환 교수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