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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동 차관, 이임사 <전문>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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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2-29 17:49

위기의 순간 누군가의 교과서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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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 동료 여러분 !

이제 헤어져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28年間 영광스럽게 여러분과 함께 일했고, 지난 1年間은 次官으로서 여러분과 귀중한 시간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동안 변모하는 우리 경제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뿌듯한 自負心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었고 어렵고 당혹한 상황에서는 서로 慰勞하며 새로운 前進을 다짐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린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아낌없이 노력하고 쫓기듯이 일해왔습니다.

밤샘이 일상화된 탓이라,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고 맞는 겨울 아침의 맑고 정갈한 추위가 생각나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셨습니까? 저는 아침이 되면 밤샘의 피로가 씻은듯이 사라지고 새로운 戰意가 밀려오곤 했습니다. 아침을 깨우는 햇볕을 받으면 마치 식물처럼 힘이 솟곤 했습니다. 저는 이를 근무환경이 생성한 ‘재경부 DNA’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린 이 DNA를 공유한 채 참 많이도 달렸습니다. 그렇지만 功 못지않게 過도 있었을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던 과제도 있고,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고, 미래 환경을 예측하지 못했던 정책도 있었습니다.

이제 그 모든 평가를 뒤로 하면서 책임은 제가 온전히 가져 가겠습니다. 잘된 것들은 모두 여러분 몫으로 남겨두고 갑니다. 계속해서 다듬고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재정경제부 동료 여러분 !

오늘은 저에게 있어 지난 28年 公職生活을 마감하는 날입니다. 저는 지난 28년 공직생활에 대한 5가지 反省으로 이임사를 대신하려 합니다. 이 반성은 여러분들이 퇴임시기가 되어 공직생활을 제대로 했는지 스스로 점검할 때 그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첫째, 저는 未來 課題에 성실히 맞서지 못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놀랍게,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빅뱅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정책에 영향을 주는 變數도 급증했고 글로벌해졌습니다.

영향의 범위는 광범위해졌고, 영향의 轉移 速度는 매우 빨라졌습니다. 특히 노령화, 저출산, 기후변화, 지식정보화 등의 미래 전략과제는 세계 경제와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꿀 것이지만, 지금도 그 실체와 위험의 크기를 짐작하기조차 쉽지않은 지경입니다.

엽공호룡(葉公好龍)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엽공의 용 사랑’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 중국에 살던 엽공은 벽, 담장, 가구 등 온집안을 용그림으로 꾸밀만큼 용을 좋아했고 자칭 최고의 용 전문가였답니다. 그러나 실제 하늘에서 용이 내려오자 엽공은 기절해버렸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용의 모습과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노령화, 저출산, 기후변화 등은 마치 엽공의 용 같은 것입니다.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그 크기와 실체를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런 未來課題에 대한 우리의 대응 노력이 마치 엽공의 용사랑 수준은 아니었는지 점검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이런 미래과제에 대해 듬직하고

치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公職者로써 가장 아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잠들지 않는 파수꾼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그 역할을 해주어야합니다.



둘째, 저는 危機의 순간에 누군가에게 敎科書가 되지 못했습니다.

外換危機를 극복하면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면서, 9.11 테러 등 수많은 사건 속에서 시장을 수습하면서, 부동산시장 안정과 기업환경 개선책을 마련하면서, 初有의 고유가에 대응하면서, 傳染力 강한 서브프라임에 맞서면서 사실 수많은 고뇌와 번민에 힘들었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未曾有의 狀況이니 과거에서 정답을 찾아낼 수 없었고, 매뉴얼이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경제학 저서들의 무력함을 원망한 적도 많았습니다.

이런 위기를 수습하는 야전군의 역할을 맡을 때마다 마치 死地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싸우기 힘든 곳에서 싸워야하고, 지키기 힘든 곳에서 지켜야할 때의 그 막막함과 절망감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는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러나 옆으로 비켜설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습니다. 국민과 시장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제가 존경하는 여러 선배님들을 한분한분 떠올렸습니다.그리고 “000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우리민족의 잠재적 에너지를 견인해낸 기라성 같은 경제관료 선배분들입니다. 그분들은 내게 든든한 敎師였고, 숙련된 先輩였고, 정교한 敎科書였습니다.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김석동 차관이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을까를 말입니다. 대답에 자신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퇴임 때 누군가에게든 교과서나 나침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셋째, 發想의 轉換에 미흡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정책추진은 利害와 葛藤을 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큼 설득력있는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런 설득에는 信賴와 끈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突破口를 제공합니다. 인도에서 창안한 0(제로)이라는 숫자를 중세교회는 숫자로 인정하지 않았답니다. 0은 실체가 없는데다, 곱셈에서는 모든 숫자를 0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사용을 금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중세교회를 설득해 0이라는 숫자를 받아들이게 한 것은 수학자들의 복잡한 가르침이 아니라 회계사들의 간단한 조언이었답니다. “0이라는 숫자가 있어야 교회 재산을 계산하고 관리하기 쉽다”는 간단한 논리였다고 합니다.

제가 간여한 많은 정책 가운데 이해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해 효과가 半減됐거나, 변수를 예측못해 易效果가 발생한 정책이 있었다면, 바로 이런 發想의 轉換이 부족했던 제탓입니다.

한때 발상의 전환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게나 필요한 특별한 무엇으로 치부되었습니다. 관행이 업무 잣대이던 공직사회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나 지금 발상의 전환은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와 공공기관이 일상적으로 갖추어야할 필수 德目이 되었습니다. 덕목을 넘어 生存戰略이기도 합니다.

우물에 들어가지않고 가만히 있기만해도 자기 주위에 우물담이 생겨, 자연스레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세상입니다. 갇히면 마르고, 마르면 시듭니다. 미래를 먼저 읽어 멀리 보고, 높이 올라 굽어보고, 밖으로 나가 안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지난 28년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만한 정책을 몇 개나 만들어냈는지 자문하며 반성합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세계 最高의 競爭力을 갖춘 一流만이 살아남는 현실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일류국가를 만들 잠재력이 있습니다. 반세기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경제의 중심 축으로 부상한 저력이 그 증거입니다.

폭발적인 에너지, 역동성, 변화의지는 마치 유전자처럼 우리 민족에 잠재되어있습니다. 문제는 一流國家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최고의 실력가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네트워킹을 만들어 여러분이 허브가 되십시오. 그래야 초일류 정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점에서 저는 뉴욕?아일랜드?두바이와 경쟁하고, 그곳에서 통할만한 고품질의 완벽한 정책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거기에 자랑스레 제 이름 석자를 붙일 수 있었나 평가해보았습니다.

‘눈동자에 점을 찍기만하면 액자에서 튀어나와 하늘로 날아갈듯한 용그림’처럼 완벽한 정책, 윗사람이 결재란에 서명만하면 서류밖으로 튀어나와 우리 미래를 디자인할 정책, 그러한 정책을 몇 개나 기안했는지 돌이켜보면 부끄럽습니다.



Work hard가 아닌 Think hard의 시대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세상을 움직이고, 세계 富의 지도를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러면 부당한 자기 연마가 필요합니다.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서야합니다. 이젠 자기 계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公職者의 가장 중요한 業務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섯째, 공직자는 국민에 無限責任을 져야한다는 사실과 소명의식을 자주 망각했다는 점입니다.



戰場에서 戰線을 지키는 군인에게 주어진 엄격한 책임을 생각해보십시오. 한 병사가 哨兵 勤務中 잠들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스스로 고백하고 참수되었다는 옛 역사는 강대한 몽고제국의 出現을 豫告한 작은 사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그랬을 것이다“라거나 ”그건 불가피했어“라는 자기합리화하고있지는 않습니까? ”왜 내가 이 책임을 져야하지?“ 라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습니까? ”승산없는 저 업무가 내게 돌아오지 않아 다행“이라며안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사실 저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자신의 업무와 정책에 대해 국민들께 ‘무한책임’을 졌는지 반성합니다.

아울러 공직자의 ‘자기희생’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분명 공직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더라면 더 나은 경제적, 사회적, 개인적 성취를 얻었을 동량들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성취를 포기하고 택한 공직이니까...”라며 은연중 사회적 대우나 무임승차를 당연시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공직은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같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모든 것을 챙길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직자는 자기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대신 이 특별한 나라,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 마땅한 이 나라에서 공직생활을 했다는 것이 보상입니다. 다시 한번 공직자의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을 돌아보며 오롯이 반성합니다.

사실 따져보면 왜 이것뿐이겠습니까마는, 저의 이 다섯가지 반성이 21세기 공직생활의 점검 기준 또는 반면교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재정경제부 동료 여러분 !

마지막 재정경제부 차관으로서 재정경제부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멀어지고, 기획재정부, 총리실,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다시 새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떠납니다.

한편으로 착잡한 마음도 있습니다만,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여러분 모두가 그 동안 재정경제부가 이루어 내었던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고, 우리 경제의 힘찬 재도약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신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님, 그리고 차관님들을 도와 우리 經濟의 내일을 새롭게 設計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배려가 소홀했다고 느끼시거나, 혹여라도 제 말결에 날이 선 순간이 있었다면 깊은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믿고 함께 일했던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열정의 온도가 다른 재정경제부가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과 일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건승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008. 2. 29

재정경제부 차관 김 석동



관리자 기자 shmoo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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