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중소기업’ ‘망하는 중소기업’이란 두 가지 대조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있다. 비행기로 김해로 이동하는 길에 며칠 전에 도착한 한 권의 책을 보면서 30년 동안 자신을 국내외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닌 저자의 이력이 독특해서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다. 30년 동안 만난 사장의 숫자가 총 1만 2500명이고, 이 가운데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기업의 비중이 40%나 된다고 한다. 30년의 현장 경험, 표본 숫자 1만2500개 정도라면 엄밀하게 수량적인 분석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경험적인 면에서 흥망의 요인을 구분해 낼 수 있을 정로로 의미 있는 자료이자 분석이라 생각한다.
“30년간 현장만 뛰어온 사람으로서 ‘흥한 기업’과 ‘망한 기업’을 나누는 지표를 말하라고 한다면, 과감하게 ‘공감(共感)’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하고 싶다. 여기서 공감이란 상대방의 창의성과 혁신역량을 인정하고 함께 감동한다는 뜻이다.”
이런 결론을 도출해 낸 저자는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연구원장을 지내고 있는 이치구 씨다. 그는 최근에 내놓은 저서 <공감경영>에서 자신의 30년 현장 체험경영에서 공감이야말로 중소기업의 흥망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정확하게 ‘공감경영(Empathy Management)’을 한 기업은 계속 성장과 안정을 누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이미 지구촌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덧붙인다.
기업경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겠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감이란 덕목이 결정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보는 공감경영은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한 일인가?
“첫째, 사장이 사원 각자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둘째, 사원이 사장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다. 셋째, 사장과 사원이 고객 의견에 공감하는 것이다. 넷째, 고객이 회사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다. 다섯째, 공감은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다 같이 실행하는 것이다.”
만일에 여러분이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다섯 가지 요건에 비추어서 부족한 점이 없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조그만 것부터라도 실천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규모는 작지만 놀라울 정도의 경영 성과를 나타내는 기업들을 방문할 때면 화장실부터 다른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청결과 정리정돈은 물론이고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일이지만 내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외부 고객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한 가지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 된다. 내부 고객들의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기업마다 ‘GWP(위대한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그 형식이 어떠한 것이든지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업무에 대한 몰입의 정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그런 노력들이 꾸준하게 더해지는 기업들의 경우는 대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치구 씨는 “사원이 사장의 경영 판단에 깊이 공감하는 기업은 묘하게도 1년 6개월만 지나면 테이크오프(take off)를 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만큼 공감을 형성한 기업일수록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음을 말하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굳이 이런 내용이 기업의 규모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이 모여서 목적을 갖고 활동하는 모든 조직들이라면 우리의 공감경영의 정도는 어느 수준인가, 이를 크게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