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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매와 미망에서 벗어나기란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07-01-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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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연대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았던 은행들은 이제 우리나라에 없다. 금융공기업 정책의 표본이 돼 버린 산업은행의 정책자금 비중은 4%도 채 안된다.

한해 자금공급 목표가 24조5000억원인데 23조~24조원은 제 힘으로 시장에서 마련해서 기업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기업은행도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면 자산100조 시대를 열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비자들 즉 기업고객들의 후생을 생각한다면 국책은행 자금조달 비용이 적어지는 게 좋다. 기업들이 그만큼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효율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사정 또는 업황이 조금 악화되더라도 최후의 보루 역할을 충실히 해 온 은행들이 비싼 조달비용에 시달리도록 조장할 이유는 어디 있는 것일까?

저원가 조달을 늘리기 위해 지점을 늘리려는 산은의 바람은 문자 그대로 숙원인 채다. 기업은행 PB점포인 ‘윈클래스’는 “민간 영역을 침해하면서까지 부자마케팅을 국책은행이 왜 하느냐”는 꾸짖음을 자주 듣는다.

국책은행 점포 하나 진출하면 민간은행 장사가 망할 정도인지 분석이나 검증은 애초부터 없었다.

민간은행들끼리는 수익성 검증 없이 점포확장경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게 작금의 실정이다. 과당경쟁 틈바구니에 국책은행까지 껴서 어쩌자는 거냐고, 국민 재산인 국책은행이 손해 볼까 걱정해서 그런 건 아무리 봐도 아니다.

공공성을 외면해 버린 시중은행들에게 시장을 다 넘겨주고 국책은행들은 당초 목적대로 기업에 자금공급이나 하라는 논리는 보기에나 그럴싸한 논리다. 민간금융사들의 처지가 국책은행의 횡포(?)로부터 보호받고 정부당국이 강력하게 육성해줘야 할 만큼 딱한 것도 아니다. 지금 일련의 흐름은 국책은행을 억압해서 다른 경쟁자들의 영역을 확대해주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그 혜택은 국내 민간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니라 초국적금융자본의 국내시장 잠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환경창출과 관련이 크다는 의심이 싹튼다.

임금 통제는 더더욱 한심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금융공기업들은 방만경영집단이니 임금을 더 이상 올려선 안 된다’는 맹신에 빠져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반발정서는 그러나 안으로만 곱씹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합리적 조정 없이 무조건 억제만 횡행하는데 금융공기업 아닌 사람들은 다들 제 일 아니라고 모른체하니 무슨 말을 꺼낼 수 있단 말인가.

장기간에 걸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효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정부당국자나 뜻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 차라리 자율경영을 확대하는 대신 성과보상 수준만큼 더 많은 실적을 올리라고 채근하며 부진한 경영진은 가차없이 교체하고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발탁해서 쓰는 것이 오히려 正道일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것은 당국자들이 단 한가지 사실만 정확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손으로 국책은행들이 마음껏 뛰지 못하도록 억누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자율경영을 확대해 주고 이익창출과 국가경제 기여도를 극대화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사실 말이다.

주인들이 실상 파악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위탁관리자’가 주인 회사의 경쟁력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데, 국회의원도 언론도 나무만 보고 숲은 안 보려 하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겠기에, 게다가 이 어이없는 압제를 수수방관 묵인방조했을 때 발생하는 어떤 실리라도 있지 않고서야 개발연대 잣대를 마냥 붙잡고 있을리가 없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몽매와 미망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한 우울한 정초 아침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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