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의원은 신용조회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그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금융기관이 이용한 행자부의 주민등록자료 중 신용정보사가 이용한 건수가 전체의 85.8%(5338만7894건)를 차지하고 있어 조회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을 제외한 신용정보업계에 정규직과 계약직 포함해 전체 5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그만큼 돈을 빌려쓴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인력 제한 및 조회 제한으로 채권추심업을 하라고 한다면 많은 종사자들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채권추심하는데 신용조회는 필수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여부를 파악해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정보 조회 인력 감소 및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마치 채권추심 업체들의 손발을 묶고 채권추심을 하라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빌려준 돈은 받되 줄때까지 기다려라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란 뜻으로 보인다. 채권추심업체들은 카드대란으로 일어난 대규모 부실을 현재의 상태까지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한참 할 때는 말이 없더니 이제 안정화 됐다고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채권추심을 하지 못하게 하고 돈을 대신 갚아준다는 정부의 대책도 없다.
물론 무차별적으로 개인 신용정보를 조회해 악용되는 폐해는 막아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충분한 정보 보안대책과 신용조회 인력 요건을 강화한 자격 제도,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를 평가하는 사후감독 제도 등이 마련 돼야 한다.
신용정보협회차원에서도 기준을 강화한 신용관리사 자격제도를 만들어 자정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신용관리사 자격은 올해 국가공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인식이 변해야 한다. 업계에서 속되게 하는 말로 ‘돈 빌릴 때는 굽신거리고 돈 빌린 후는 떵떵거리면서 갚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빌려준 돈을 받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고 갚지 않는 사람들이 불쌍하고 억울한 사람들로 비춰진다.
그래서 오히려 이를 악용해 이곳저곳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은 대출 및 카드 발급에 있어 사전에 신용정보조회가 이뤄져 철저하게 분석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해 부실 위험을 미연에 방지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인식도 빌린 돈은 당연히 갚음으로써 신용관리를 해야 한다는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개인도 자신의 신용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 있어 신용정보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신용정보회사의 신용조사서로 인해 대출·카드발급·보험가입 등을 거부받은 사람은 무료로 자신의 신용조사서를 받아 볼 수 있으며 이의가 있는 경우 수정 후 다시 신용정보 조회자에게 보낼 권리가 있다.
이렇듯 개인의 신용정보는 소극적 보호가 아니라 적극적 활용과 관리를 통해 활발한 경제활동을 영유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들 개개인이 직접 신용정보를 관리하며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