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은 지난 21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SAS코리아 ‘보험사를 위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솔루션 세미나’에서 오는 28일 그동안 구현한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삼성생명 박동철 차장은 “생존급부지급액의 증가로 인한 생보업계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생계형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으며 브로커 개입, 병원이 연계된 사례 등 보험사기 유형도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사기 증가로 현장심사 건수 급증 = 국내 보험사기는 현재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상정될 만큼 사회적인 심각한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발생한 보험사기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 지급액 기준으로는 18%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도 의심스러운 건으로 보상 과정에서 현장 심사가 필요한 건수가 80%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98년 이후 생명보험이 제3분야로 진출하면서 손해율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전 보험은 사망보험이 중심이 되거나 암 등 심각한 질병을 중심의 보장이었으나 최근에는 단순 상해에 대한 보장이 늘어난 데 따른 것.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입원비, 심지어는 치아 손상 등도 보장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지급액이 늘었고 보험사기에 대한 유혹도 더 강해진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실제로 발생한 보험사기 사례 중에서는 자신의 치아 4개를 뽑는 등 단순 상해를 내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일도 있다.
이에 대해 보험개발원은 전체 보험지급액의 11%는 사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현재 금감원의 적발 건수는 지급액의 1% 미만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보험사기 적발이 시스템 도입 등으로 고도화되고 있지만 보험사기의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금감원 적발 시스템의 경우 보험지급이 이뤄진 이후의 정보를 중심으로 적발하고 있어 보험금 회수, 손해율 방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 보험사기 지급 경보 기능 구현 = 삼성생명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차손익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스템을 통한 보상 업무 자동화로 보상심사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험사기 지급 경보 기능, 데이터 분석 기능 등이 이에 포함됐다.
이에 더해 전사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시스템을 구현했다. 보험사기 연계분석, 사고심사지원, 사기징후자동검증 등의 기능이 포함됐다. 이번 구축된 시스템은 사기혐의자에 대해 시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해 특별조사팀이 한 눈에 사기 가능 요소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구현됐다. 시스템은 지역, 시, 병원별 코드를 부여해 그래프 형태로 보여주도록 돼 있다.
박 차장은 “보험은 보상 부서에서만이 아닌 전사 리스크 체계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에서 산출되는 정보는 다양한 부서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언더라이팅이나 채널에서의 고객차별화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 마련, 상품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정보라는 것. 해외에서는 실제로 보험사기를 이용한 데이터를 통해 마케팅 차별화 방안을 마련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 모델링·데이터 품질 관리 주요 요소 = 시스템 구축은 우선 심사 프로세스의 기준, 지침 등을 작성해 심사율이 높은 규칙을 도출했다. 또 위험 관리 요소를 도출, 시스템에 보험사기 지급경보 기능 등을 구현했다.
프로젝트는 1, 2단계로 구분해 진행된 시스템에서 1단계는 처리계와 병행한 심사지원 시스템으로 규칙을 정교화하고 이를 운영하기 쉬운 규칙기반엔진에 탑재하는 작업을 했다.
2단계는 개별이 아닌 집단적인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자동으로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것과 조사팀이 업무 시간 대부분을 정보 검색에 보낼 수는 없어 보상에서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자동으로 경고를 발생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삼성생명은 향후에는 생명보험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험사 정보 연계 시스템인 계약자정보시스템, 실손형 상품 시스템 등과 연계해 언더라이팅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사기방지시스템 구축에서는 모델링과 데이터 품질 향상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박 차장은 “보험사기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개발된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주기는 6~10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정보의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모델링을 위해 하이브리드 방식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문가의 노하우가 집약된 규칙기반엔진과 통계 기반의 마이닝 기법이 도입된 시스템을 구현한 것. 통계 시스템은 SAS 제품이, 규칙기반엔진은 KSTEC 제품을 이용했다.
모델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디시즌 트리(결정 요소 경로 설정)’를 통해 구현됐다. 이를 위해 여러 요소가 집약된 ‘팩터 풀(factor pool)’도 구성됐다. 여기에는 600여개의 정보가 들어가 있다. 이중 모델이 반영된 요소는 100개 이상이다.
여기에는 가족 전체 보상 청구액, 청구 인력의 재산 요소 등도 관련 정보로 입력된다. 또 디시즌 트리를 구현한 시스템을 통해 1일 입원비와 보험사기 가능 점수 등이 도출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통계 방법 등이 사용된다. 가령 40세 남자가 7일간 간경화로 입원한다면 동일한 40대 간경화를 가진 집단의 평균 입원일수와 비교하는 방법 등이 사용된다.
데이터 품질 관리에 대해서 박 차장은 “1~2년 내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전사적으로 해야 한다는 비전이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차장은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을 통해서는 선의의 보험금액 지급자도 이득을 얻게 됐다”며 “기존에는 보상 프로세스 때문에 한 달 이상 걸리던 보상 과정이 3일 내로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