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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세지는 펀드자본주의, 부작용 ‘주의보’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9-20 21:30

펀드, 세계 금융시장 新권력기구로 영향력 증가세
금융리스크·기업경영 안정성 저해 등 부작용 우려

힘세지는 펀드자본주의, 부작용 ‘주의보’
투명성 제고수단·경영권 방어책 등 적절한 규율장치 필요

펀드규모의 급격한 팽창으로 펀드가 기업경영을 통제하는 이른바 ‘펀드자본주의’가 한국자본시장에서도 본격화되면서 과도한 차입거래(레버리지)에 따른 금융리스크와 기업경영 안정성 저해 등의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펀드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자본시장의 확충과 기업 투명성 강화 등의 효과가 있지만 핫머니 유입 등으로 인한 금융리스크 증대와 지나친 기업경영 개입 등이 있을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펀드자본주의의 명과 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펀드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등장한 만큼 적절한 규율장치 마련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세계적인 확산추세 = 저금리 금융 환경 지속으로 소비자들의 투자 성향이 안정성에서 수익성으로 변화, 펀드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펀드’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펀드자본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이미 20세기 후반에 펀드자본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유럽 및 아시아에서도 1990년대 말 이후 자본시장 개혁과 글로벌 펀드의 영향으로 펀드자본주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OECD국가의 뮤추얼펀드 자산규모는 2005년말 현재 18조 달러로 GDP 대비 비율도 지난 1992년 16.1%에서 지난해(2005)에는 62.4%로 무려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펀드의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다보니 그 영향력도 크게 늘고 있다. 과거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기보다는 주식매각이나 유동성 확보 등 ‘Wall Street Rule’을 따르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기업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최대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이 1984년부터 기업지배구조프로그램을 시작, 1996년부터는 해외기업에 대한 국제 기업지배구조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국내에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완전개방으로 글로벌 펀드가 대거 유입되면서 펀드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소버린의 SK 경영권 위협이나 투신사들의 우리금융 회장 스톡옵션 부여 반대 등은 펀드 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적립식펀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급성장하고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뮤추얼펀드 및 사모펀드 시장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영주 수석연구원은 “지난 8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배구조개선펀드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펀드의 속성과 영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펀드자본주의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펀드자본주의, 명암 공존 = 보고서는 이처럼 펀드자본주의가 확산되면서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확충 등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기업에 대한 시장규율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 저하와 기업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등의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간접금융시장(은행)에 비해 직접금융시장(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는 한국의 경우 펀드 성장은 투자형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증가와 맞물려 자본시장 발전의 촉매로 작용해 왔다.

더욱이 보고서는 펀드성장이 금융권별 업무의 겸업화 경향을 촉진해 그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특히 현재 강력한 소매 판매망을 갖춘 은행이 수수료 배분 등의 협상에서 우위에 있긴 하지만 펀드산업이 발전하면 기존 역학구도에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리스크 증대나 경영안정성 저하, 기업의 성장잠재력 훼손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자단기화와 높은 레버지리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는 데다 외국자본의 비중이 높을 경우 국경간 자금이동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증폭될 우려도 있다는 것. 여기에 기업이 펀드의 경영간섭 및 적대적 M&A 위협에 직면하는 경우에는 경영의 안정성이 저하되고, 그 결과 기업은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등 장기적 안목의 경영보다는 단기실적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면서 경영의 보수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방어와 주가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현금확보나 자사주 매입 등에 주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국내 금융실정에 맞는 제도도입 필요 = 이에 따라 보고서는 펀드자본주의가 한국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실정에 맞도록 금융시스템을 보완·강화하는 방향으로 펀드자본주의를 수용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펀드가 시장규율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펀드 자체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펀드의 지배구조 건전화와 공시강화를 위한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 특히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기업은 펀드의 적대적 M&A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호주주 확보를 위한 제3자 신주 배정요건 완화나 주식종류의 다양화 등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장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벤처기업 및 구조조정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등의 자금이 벤처기업 투자에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마련과 펀드 및 펀드매니저의 평가시스템 개선으로 펀드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펀드자본주의의 긍정적·부정적 영향>


                  <고수익 위한 외국펀드 횡포에 피해입은 국내 주요기업 사례>
<자료 : 삼성경제연구소>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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