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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괴물 맛좀 봤죠”…이제 운칠기삼 아니다

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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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9-18 08:37

‘영상투자 전문 펀드매니저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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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괴물 맛좀 봤죠”…이제 운칠기삼 아니다
김지웅 본부장 = 작품성·배급망·마케팅 전사적 지원이 가능한 배경

정재운 부장 = 업계에서 봉 감독의 평가와 제작사의 고집스러움

함석호 부장 = 극중 배역과 캐스팅 배우 매치·CG 역량 분석

최근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탄생했다. 기존까지 ‘왕의 남자’가 1230만명으로 1위를 고수해오던 기록을 ‘괴물’이 갈아치웠다.

16일까지 관객수 1285만명 수준으로 극장매출 361억원, 부가 판권 40억원, 해외판권 50억원으로 총 451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또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더욱 기대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괴물에 투자한 창투사들이 추정하고 있는 회수 금액은 13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초기 투자를 이끌어낸 엔터테인먼트 전문 펀드매니저들의 숨은 활약이 컸다.

이번 괴물 영화 투자는 운까지 분석해내는 영상투자 전문펀드매니저들의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괴물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영상투자 전문펀드매니저 엠벤처 김지웅 엔터테인먼트 투자본부장, IMM인베스트먼트 정재운 부장, 기은캐피탈 투자본부 함석호 부장 등 3인의 엔터테인먼트 투자 노하우를 괴물을 통해 들여다봤다.


- 영화 괴물을 발굴하고 투자하게 된 동기 및 계기는 무엇이죠.

김지웅 본부장(이하 김) = 괴물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2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죠.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는 블록버스터가 어떨지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솔직히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을 때 봉준호 감독의 연출의도가 그대로 들어 있었고, 봉 감독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었죠. 또 2006년 여름시기에 외화가 전체적으로 강세이나 8월에 특별한 큰 작품이 없어 잘만 된다면 9월 중순까지 약 한달 반을 독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보였죠. 여기에는 배급사인 쇼박스가 전사적으로 밀고 있는 작품이었고 올해 특별한 국내 블록버스터는 없는 점 등이 작용해 대대적인 마케팅 지원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섰습니다. 작품성, 배급망, 전사적 마케팅 지원이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질 것으로 분석돼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정재운 부장(이하 정) = 영화계 사람들이 “한국 영화계에 2명의 천재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중에 한 사람은 노력형 천재의 전형으로 많은 수식어가 붙는 A모 감독이고 다른 한 사람은 간단명료한 평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었죠. “봉준호! 어… 봉준호는 그냥 원래 천재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죠. 영화 투자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에 근간이 되는 시나리오와 그 시나리오를 화면상에 구현해내는 연출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 제작에 있어서 청어람 최용배 대표의 우직함과 고집스러움이 투자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함석호 부장(이하 함) = 처음 청어람 정진기 상무와 알게 된 이후 청어람에서 직접 투자권유를 받았죠.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시나리오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 극중 캐릭터와 캐스팅된 배우들의 이미지가 잘 결합됐습니다. 또 영화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CG와 특수 효과부분에서 오퍼너지와 웨타스튜디오의 역량을 분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작사인 청어람과 수익을 내는 쇼박스가 갖는 작품에 대한 열정을 알고 투자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 괴물 투자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김 = 괴물은 촬영 종료 시점인 2005년말까지도 투자유치가 전부 이뤄지지 않고 진행이 됐죠. 시장에서 400만~500만명이 봐야 수익을 낼 수 있는 큰 제작비, CG작업이 상당부분 들어가는데 과연 관객들의 수준에 맞출 수 있을지 등 심지어 시장에서 스토리가 너무 평범하지 않느냐는 악소문도 퍼져있었습니다. 때문에 괴물에 대한 투자의 상당 부분이 영화가 괜찮더라는 소문이 난 후에야 이뤄졌습니다.

정 = 당시 투자 및 배급을 협의하고 있었던 쇼박스 및 타 투자자들에 대한 리퍼런스(Reference) 체크 및 제작 진행과정, 제작비 조달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제작비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제작 기간이 길어짐에 따른 제작비 증가와 이에 따른 흥행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상향 조정 등이 우려됐지만, 어느 한 회사에 의해 전체 제작 및 마케팅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청어람과 쇼박스 양사가 어느 정도의 긴장관계를 가지고 작품을 꾸려나갔다는 점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함 = 투자전 이미 일본에 판권으로 500만불(판권 350만불, 지분참여 150만불) 수출이 확정된 상태였고 본 작품을 위한 배우 및 스태프들 역량으로 볼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투자를 결정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무엇이죠.

정 = 초기에는 괴물이라는 영화의 특성상 CG의 완성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CG와 관련된 업체 선정 및 작업 방법 등 관련 사항들을 면밀하게 체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함 = 일부 투자 심사역들 사이에서 괴물이 용가리로 폄하되고 왜곡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김 = 괴물의 모습이 처음에 비밀로 붙여져서 공개가 되지 않았죠. 하지만 제작사의 배려로 촬영초기에 이미 저는 괴물의 모습을 봤었는데 주위의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 흥행에 성공할 영화, 즉 투자에 성공할 영화를 선정하는데 중요하게 꼽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함 = 적당한 픽션과 기승전결식 전개, 소재의 참신성 등을 나타내는 시나리오의 합리성, 극중배역과 캐스팅 배우의 연결, 감독의 연출력, 배급시기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김 = 시나리오, 감독, 배우, 제작사, 배급사 등 영화 투자시 보는 기본적인 것은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이 외에 위 요소들이 결합하는 방식이라던지, 시기 등도 무시 못 할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경험상 성수기, 비수기 개봉작들의 흥행실적을 보면 국내에서 블록버스터급 영화 외에는 큰 영향이 없었고 역시 작품이 대중성이 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면 흥행이 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정 = 초기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라고 생각됩니다. IMM영상콘텐츠조합의 경우, 기본적으로 4팀 정도가 하나의 시나리오를 놓고 의견을 개진합니다. 영화 제작 및 유통과 관련된 전문 인력, IMM 내부 평가 인력, 외부 전문 평가단, 그리고, 나름대로 언더그라운드에서 글을 잘 쓴다고 평가받는 비전문평가단 등이 각기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며, 이를 IMM내부 인력들이 조합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시나리오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제작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나리오가 검증이 되면, 투자자, 연기자 매니지먼트, 배급사 등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점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므로 그만큼 흥행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기존 IT투자와 다르다고 하는데 장점과 단점을 말씀해준다면.

김 = IT투자의 경우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가능성, 채산성 등을 고려해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투자를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투자의 경우는 트랜드라던지 일반 대중에게 통할 이야기인지 하는 객관화된 수치로 나와 있지 않은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고려합니다.

엔터테인먼트 투자의 장점은 회수기간이 일반 벤처투자에 비해 짧고(영화 경우 1년 이내, 공연 3~4개월 이내), 투자의 레버리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100억원 펀드를 고려할 때 벤처투자의 경우 100억 투자하면 2~3년은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3년 기준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100억밖에 안됩니다. 엔터테인먼트 투자의 경우 1년안에 거의 회수되기 때문에 100억 투자를 하고 2차년도에 회수되면 재투자, 3년차에도 회수되면 재투자하는 식으로 3년 기준에 최소 200억에서 300억까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요. 또 무형의 컨텐츠 자산 가치가 외국에서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시점이며 한류 등 국내 컨텐츠의 세계시장 진출에 일조하는 의의도 있습니다.

함 = 회수율은 빠르지만 위험성이 높아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여전히 있지요. 10개중 3개 성공하면 대박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배급사 및 극장 중심의 수익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수익률은 떨어집니다. 또 흥행에 실패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투자자사가 떠않게 되는 위험 부담이 있지요.

정 = 가끔식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이 타 분야의 투자처럼 냉철한 판단력,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 치밀한 분석능력 등 무언가 아카데믹한 요소들 보다는 오히려 투자 결정자의 동물적 감각에 의존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엔터테인먼트 투자에 있어서 가장 주의해야 될 점이 있다면

김 = 주위에 아직도 장밋빛 미래만 보고 투자를 쉽게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저 좋다 하면 수익이 날 것으로 생각하고 들어가기 쉬운 게 엔터테인먼트 투자죠. 이렇게 투자하는 분들은 대부분 고생을 많이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난 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의 경우 1년 전에 1년 후의 모든 상황을 예측을 하고 투자를 해야 하고 공연의 경우도 공연 기간 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예측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투자시 영화든 공연이든 무슨 요소들을 고려해야할지 깊이 생각해야 하고 위험요소가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리스크헤징 포인트까지 대비해 놓고 들어가야 합니다.

정 = ‘현장(필드)을 알지 못하고서는 항상 겉돌고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책상에서 책과 씨름한다고 해서 절대로 알 수 없는 특성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들을 엔터테인먼트 기업 내부, 콘텐츠 제작 현장 등에서 겪어볼 필요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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