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완성된 밑그림과 예기치 않은 복병
3. 금융인들이 바라본 M&A의 허와 실
4. 합병 시너지 가시화를 위한 과제
금융지주사들의 증권사 인수를 통한 합병 시너지 창출 시도가 수년간 지속됐지만 아직껏 성공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 중심 지주사가 합병 시너지에 대한 거시적인 윤곽만 잡았던 것이 발단”이라며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디테일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의 보수적 마인드로 인한 증권사 전문인력 이탈, 증권업을 제대로 모르는 은행임원들의 자회사 낙하산 관행은 향후 시너지 가능성을 점점 퇴색시키고 있다고 강조됐다.
◆ 굿모닝신한, 합병 4년째 실적 ‘요지부동’ = 2002년 8월 지주사체제하의 시너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합병한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 3년8개월이 지난 지금, 합병 직전인 2001년 12월말과 비교해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1년말 기준 양사 직원 수는 총 2221명(굿모닝증권 1482명, 신한증권 739명), 수수료수익은 2331억원(3분기 누적) 규모였다. 하지만 4년여 지난 2005년말 현재 직원 수는 1653명으로 줄었고, 수수료수익은 2649억원으로 업계 평균 상승치에도 못 미쳤다.
이같은 양적인 감소는 같은 기간 다른 증권사들의 변화추이를 봤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시너지 가시화 시점을 흔히들 3년 정도로 가늠하는 상황에서 합병 3년6개월이 지난 굿모닝신한의 2005년 실적에 큰 변화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2005년말(4월~12월) 굿모닝신한의 총 수수료수익은 2649억원. 2004년(1618억원)대비 1.6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증권사의 증시활황으로 인한 평균 상승치(1.6배)에 불과하다. 수수료 내역을 보면 수탁수수료(1.7배), 인수주선수수료(1.4배) 등 총 수수료가 1.6배 상승했으며 수익증권수수료는 전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합병 시너지에 따른 실적 상승분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인수합병을 겪지 않은 일반 증권사들은 어떤가.
현대증권의 2004년 12월 대비 2005년 12월 실적은 총수수료수익(1.9배 상승), 수탁수수료(1.9배 상승), 인수주선수수료(2.3배 상승) 수준이다.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등도 1.5배에서 1.7배 상승률을 보였다. 대우증권은 수탁수수료 증가분이 업계 최대 수준으로 2.3배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굿모닝신한의 합병 시너지는 94개에서 77개로 17개 줄어든 지점망, 2221명에서 1653명으로 568명 줄어든 인력구조로 인한 판관비 감소가 전부인 셈이다.
◆ 은행의 증권업 ‘몰이해’ =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의 증권업에 대한 ‘몰이해’가 이같은 은행 증권 합병 시너지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은행의 보수적인 마인드가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A사 연구원은 “은행의 비용절감 마인드로 인해 양사 합병 후 증권사의 고액연봉자를 줄줄이 내보낸 것이 신한지주의 악수였다”며 “증권업 나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4년째 시너지가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B사 연구위원은 “은행과 증권간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며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한 사람이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과는 전혀 다른 성과배분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굿모닝신한은 90년대 초부터 국제영업부문 ‘부동의 강자’로 군림했던 증권사다. 당시로선 거액을 요구하는 외국인 리서치헤드를 영입하면서까지 리서치와 국제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를 통해 업계를 리드했다. 또 외국인투자자들의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해 정보가 전무하던 90년대 초부터 굿모닝신한(전 쌍용증권 포함)을 통해 한국기업을 파악, 투자의 지침으로 삼았었다고 한다.
한 지주사 전략담당 임원은 “과거 굿모닝신한의 IB와 리서치는 최고였으나 지금은 완전 쪼그라든 상태”라며 “은행이 증권맨들의 고액연봉에 대해 은행의 잣대로만 판단, 그들을 버렸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상황을 거슬러 가보자.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 합병 6개월 만인 2003년 2월 굿모닝신한증권 임원들은 대거 이탈했다. 35명이던 임원 수는 하루아침에 70%가량 줄어든 12명이 됐고 지역본부장들과 CFO 등이 줄줄이 옷을 벗어 회사는 공황상태로 치달았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2004년 도기권 합병당시 사장이 물러난 후 이강원, 이우근, 이동걸닫기

지난해 실적상승, 시황따른 위탁수수료 증가 덕
합병 후 증권사 고급인력 이탈 ‘급증’도 문제
당시 상황을 겪었던 굿모닝신한 관계자들은 “합병이후 경영진의 교체가 빈번하다보니 일관된 영업전략을 수립할 수 없었고 자주 바뀌는 대표가 직원들을 휘어잡을 만한 리더십도 발휘할 수 없었다”며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모든 임직원들이 업계 변화에 따라 혁신을 하기보단 지주사 눈치를 보면서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현재 신한지주가 내세우는 은행 내 증권점포(BIB)전략도 3년째 접어들었지만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굿모닝신한의 FNA(증권연계계좌)는 2003년말(48만445좌)에서 2006년 3월말(48만3688좌)로 비슷한 수준. 이에 대해 회사측은 “2년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지난해 대대적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같은 BIB전략을 통한 시너지 창출 가능성에 대해선 지주사에서도 부정적이다. 지주사측은 지난해 은행 증권 복합점포의 특화된 이미지가 부족해 BIB 정착이 어려웠다고 자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성과보상시스템 구축 등이 완료돼 올해부턴 본격적인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지주사가 은행통합에 전략의 큰 비중을 둬 상대적으로 증권과의 시너지 성과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시장의 평가에 대해 인정했다.
◆ 우리·한투·대투증권 시너지 ‘만만찮다’ = 지난 4월1일로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이 우리투자증권으로 탈바꿈한지 만 1년이 됐다. 1년을 두고 시너지 여부를 평가한다는 것이 이른감은 있지만 지난 1년 실적만 두고 평가했을 때 합병 시너지 창출이 녹록치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우리투자증권은 합병당시 IB와 자산관리영업을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수료수익의 대부분이 수탁수수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의 2004년 3분기 누적 수수료수익(우리+LG증권 2422억원) 대비 2005년 수수료수익은 1.5배가량 늘어난 3628억원.
하지만 이 또한 지난해 증시활황으로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지 합병을 통한 IB와 자산관리영업에 따른 시너지는 아니다.
특히 IB를 가늠하는 인수주선수수료와 자산관리영업을 대변하는 수익증권수수료가 전년대비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주선수수료는 193억원에서 156억원으로 줄었고,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는 117억원에서 123억원으로 소폭 올랐다.
대투증권 상황은 이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6월 하나금융지주로 편입된 대투증권은 지난해 증시활황에 따른 플러스 효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 지난해 총 수수료수익은 1308억원으로 2004년말 기준 1233억원에서 75억원 늘어났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수료수익에 비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특히 대투증권 또한 굿모닝신한증권 사례처럼 하나금융지주 자회사 편입 후 경영진 전원이 교체됐다. 외부 영입 혹은 하나은행 출신 임원들이 대투증권에 포진되면서 증권업에 대한 이해 부족을 초래, 실적 악화로 치달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투증권 한 관계자는 “대투증권 기존 임원이 전원 물갈이 되고 외부 혹은 은행에서 임원들이 내려오면서 증권영업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6월 한투와 동원이 합병해 출범한 한국증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총 수수료수익이 1.3배 증가해 업계 평균치에도 못 미쳤다.
한국금융지주 전략담당 임원은 “초기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다소 못 미쳤던 게 사실”이라며 “통합 진통을 겪으며 구 한투직원들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안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증권 중심 지주사체제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수수료수익이 716억원(2004년말 기준)서 1576억원(2005년말 기준)으로 1년새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수탁수수료 보다 인수주선 수수료(2.6배 상승)와 수익증권 판매수수료(2.4배 상승)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 특히나 향후 수익원 다변화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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