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상품개발실 유유정 과장은 무언가 새로운 상품을 구상중이었지만 “절대비밀”이라며 끝끝내 말을 아꼈다.
‘절대비밀’에 대해 더욱더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금’ 지수에 연동한 ‘골드지수연동예금’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던 주인공이 바로 유 과장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에선 상품지수를 활용한 파생상품은 못하도록 돼 있었는데 정부에서 ‘금’은 가능하다고 발표하자마자 상품을 내놨어요. 물론 그동안 골드뱅킹을 해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금 지수에 연동한 예금상품을 준비해온 덕이었죠“
이런 그이기에 은행에서 거는 기대도, 스스로에 대한 욕심도 크다.
지난 2003년 신한은행에서 별도로 상품개발실이 만들어지면서 경력직으로 채용된 유 과장은 외환위기 직후 제일은행을 나와 증권사 운용사 등에서 일했지만 결국 은행이 그리워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상품개발실이 별도로 있는 은행이 거의 없었고 새로 생기는 부서인 만큼 책임감과 부담도 컸다고 한다.
유 과장은 “항상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압박이 된다”고도 털어놨다.
게다가 “상품 하나가 나오기 위해선 영업관련부서, 자금부서, 리스크관리부서 등 여러 부서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어느 한 부서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힘들다”며 “이 과정에서 그들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상품담당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간혹 남자들끼리 있을 땐 고성이 오가기도 하지만 여자라서 조금 더 부드럽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상품 하나하나가 마치 내 아들 ·딸 같다는 그는 “그 아들·딸이 잘 커서 사람들한테 주목받고 인기를 얻으면 보람도 느끼고 뿌듯하지만 한편 외면을 받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상품 제목이 얼핏 어디선가 들리면 마치 ‘내 아들·딸 얘기하고 있네’ 하며 귀가 쫑긋 세워지기도 하죠”라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 및 배포하기 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책임을 지고 있다.
다른 부서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에서부터 안내장 문구 혹은 포스터 등의 홍보물 제작까지도 디자이너들과 일일이 협의해야 하고 또 영업점에 배포하는 것 까지도 해당 상품 담당자가 도맡아서 하기 때문이다. 짧게는 2~3주, 길게는 1~6개월까지 걸리는 과정들이다.
“마치 임신에서 출산 육아 단계까지 하나하나의 과정을 밟아가는 것 같지요”라는 그의 말에 어느새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기관리에도 열심이다. 새벽엔 영어학원, 점심시간 땐 요가를 하며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은행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업적 한 두 개는 남기고 싶어요. 내가 만든 상품이 잘 팔려 은행에 보탬이 되거나 혹은 그로 인해 고객 만족도가 확 올라간다든지……. 그래도 나라는 존재가 은행에 기여를 할 수 있어야 직장인으로서 보람도 있잖아요.”라며 그는 당차게 말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신한은행이 내놓을 상품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