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예산 확보 및 컨설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동개발과 같은 방법론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은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ISP(중장기정보화전략) 컨설팅 사업 관련 제안서 접수를 완료했고 삼성증권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예산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증권 역시 빠르면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기술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소문만 무성했던 증권사 차세대 프로젝트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드디어 ‘서막’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증권업계가 현 시기가 차세대 시스템 구축은 불가피하며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원장이관 시기로 인한 애플리케이션 교체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덧붙여 자산관리 영업전략, 투자은행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들, 특히 대형사에서는 앞으로 변화할 영업환경을 수용하기 위해 계정계시스템, 분석시스템 등을 포함한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증권업계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증권사, 시스템 교체기 맞아 =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작업에 착수하고 있는 증권사는 삼성, 우리투자, 대우, 현대, 굿모닝신한,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이중 우리투자증권이 컨설팅업체에 RFP를 발송하고 제안서를 마감해 관련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자산관리 영업 등 차기 비전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 아래 증권업계 최초의 신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삼성증권 CIO인 이용우닫기

통상 시스템은 구현 시기가 5년 이상 지나면 그 동안의 요구사항에 대해 모듈 추가 개발 등으로 최초의 시스템과 구성이 달라져 유지·보수의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하게 된다.
업무 지원을 위해서도 삼성증권이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산관리 영업을 진행하기 위해 시스템 개편도 필요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해야 하는 당위성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시스템 구축 시기가 지나면서 장애발생에 대한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차세대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 상무는 “그러나 아직 구체화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10월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기술검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우증권 IT기획팀 정진늑 팀장은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시점과 전략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IT기술 중 하드웨어 등 인프라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IT기술을 포함해 현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정 팀장은 “향후 증권업계의 변화를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전사적인 공조가 필요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딩 업무 등 현재 증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부분만 봐서는 필요 없을 만한 작업도 업무의 변화를 예상해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 비용절감을 위한 공동개발 논의도 = 이 가운데 비용절감과 관련된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수백억원이 투자되는 대형 사업이란 점에서 큰 부담감을 안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는 증권사 간 연계 방안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우, 우리투자, 삼성증권 등 대형사도 이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논의가 가능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과거에 공동개발 모델 경험을 갖고 있고 비용절감이라는 뚜렷한 목표도 있어 최소한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서는 공동개발에 대해 실무진에서 안건이 나오며 실무진끼리의 얘기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실무진에서 얘기가 나왔으며 논의도 본격화되지 않은 극히 초기단계다. 그러나 대형사마저 차세대시스템 구축비용에 대해 큰 부담감을 안고 있어 향후 급진전의 가능성도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아직은 이에 대해 얘기할 만한 단계가 아니다”며 “구체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까지 중소형사를 대상으로 한 파워서비스 등을 검토한 바 있어 공동개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증권사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IT 부분을 포함한 논의가 재무, 경영전략 부문까지 확대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며 IT부서에서도 아직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 이전인 ‘극히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 역시 이러한 방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증권 정 팀장은 “대우증권의 경우 이전에 파워서비스를 했던 경험 등을 살려 타 증권사와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부분에서 공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으로 가능하다”며 “열린 입장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아직 이에 대해서는 타 증권사와 교류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미 신기술 등 일부 IT 방법론과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정보가 공개된 상황이라 ‘비경쟁 요소’로 보고 있어 충분히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경쟁 요소 부분에 대해서는 타 증권사와 함께 공동개발을 함으로써 시스템을 도입할 때 IT업체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고 공통부분에 대한 투자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공동개발에 대한 취지에 공감한다고 해서 그 과정이 용이한 건 아니다. 우선 증권사별 아키텍처가 상이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공동개발을 위한 공통점을 찾는데도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로직도 증권사별로 달라 이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지켜봐야 한다.
정 팀장은 “증권사별 공동개발 방향에 대한 큰 그림에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스템 아키텍처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각 사별로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증권사 차세대 논란 지속 = 구축 방법론에 대한 논의 외에도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신기술 도입이 증권사 업무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다. 차세대시스템을 먼저 진행한 금융권에서 도입된 기술이라고 할지라도 증권사에 필요한 기능인가를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증권사에서는 차세대시스템 구축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투이컨설팅 이호재 부장은 “BPM을 포함한 신기술과 더불어 웹 기반 시스템도 증권사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는 시스템 속도가 타 금융업종에 비해 매우 중요한 경쟁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바나 웹이란 기술이 갖고 있는 한계로 인해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에 비해 시스템 속도가 떨어진다. 이 부장은 “향후 2~3년 안에 웹 기술이 발전해 속도가 현저히 개선될 경우 그 시점에서 웹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려 한다면 이번에 투자를 잘못해 오히려 늦는 것이 될 수도 있다”며 “차세대시스템 구축 이후에 또 다른 대규모 비용 투자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HTS 등 주문 처리속도와 관련이 있는 시스템은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에서 운영하고 이외 시스템만 웹으로 전환해 향후 웹 기반으로 이전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을 준비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장은 “이 같은 방향도 쉽지만은 않은 문제”라며 “이 방법은 위험부담이 낮은 대신 이중의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 부문에서는 투자은행으로의 전환하는 방향에 대한 시스템 구축 등이 고민이 되고 있다. 현재 증권사 상품은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서는 단순한 편이다. 그러나 대형사의 경우 투자은행으로의 비전을 갖고 있어 은행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자산이나 펀드상품을 통해 경쟁을 하기 위해 중요한 시스템은 분석계 시스템으로 빠른 분석처리 기능이 필요하다. 이 부장은 이를 위해 “메타데이터 등을 통해 IT 환경을 제대로 분석해 낼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며 “은행권이 구축했던 차세대시스템이 신속한 분석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