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 올해 들어 그룹사 계열 제2금융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지급결제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전업은행 설립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한국은행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넷전업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사례를 분석해 본다. 이를 통해 국내 인터넷전업은행 설립 논의에 대해 알아보고 설립을 위한 과제 등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인터넷전업은행은 미국, 영국, 일본을 중심으로 지난 90년 후반기와 2000년대 초반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경우 한 때 30개이던 인터넷전업은행이 12개로 통폐합됐고 영국은 1개 은행만이 수익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도 지난해 들어 처음으로 흑자를 올렸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전업은행에 대한 수익성 부분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흑자 사례와 미국 등의 안정기에 접어들은 사례 등을 통해 국내 전문기관들은 인터넷전업은행의 수익성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직 법적 근거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전업은행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 지난해 첫 흑자 기록한 일본 = 지난 2000년 10월 일본 최초로 인터넷전업은행인 제팬넷뱅크(Japan Net Bank)가 설립된 이후 소니뱅크와 e뱅크가 각각 2001년 6월과 7월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이 은행들은 설립시 금융청과 개업 3년내 흑자달성을 약속했으나 3개 은행 모두 이루지 못했고 지난 3월 2004년 결산시 제팬넷뱅크가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표 1참조〉
인터넷전업은행으로는 최초로 흑자를 달성한 제팬넷뱅크는 기존 은행과 다른 수익구조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으로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 및 수수료 등을 제공하는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은행은 개업 초기부터 강조한 것은 편리하고 저렴한 결제서비스이며 이를 수익화하기 위해 계좌수의 증가와 고객1인당 이용횟수 확대를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제팬넷뱅크의 고객 1인당 평균 이체건수는 도시은행의 연 3건에 비해 월 3건으로 인터넷쇼핑이나 옥션의 결제는 물론, 온라인증권 등 제휴 금융기관과의 자금이체서비스에도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경정(競艇), 경륜(競輪) 등에서 시작한 서비스는 주말에도 필요자금을 추가로 입금할 수 있으며 배당금 정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이게 했다.
지난해 결산에서 제팬넷뱅크는 수수료 등의 서비스 수익은 약 46억엔으로 경상수익의 43%이며 기타 수익원은 카드론이자 26억엔, 유가증권이자배당금 14억엔, 국채 등 사채매각이익 18억엔이다. 영업경비는 약 40억엔 물건비의 70%가 전산시스템비용이며 이중 감가상각비는 14억엔 정도다.
앞으로도 자금부담이 큰 외화예금이나 주택론은 도입하지 않고 핵심업무인 결제업무의 확장과 연결되는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소니뱅크는 인터넷전업은행 중 유일한 자산운용은행으로 결제업무는 입금 등으로 최소화하고 외화예금과 투자신탁 등을 취급해 업무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소니뱅크는 2005년도 흑자달성을 이룬 후 결제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뱅크는 결제업무에 특화한 은행으로 개인고객의 자행 내 송금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결제수단으로 주목받아 단기간에 계좌수 100만을 돌파했다. 이 은행은 올해 차세대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에 있다.
현재 일본 금융권에서는 3개 은행 모두 최근에 업무 범위가 확대돼 향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야후, 라이브도어, 락천(樂天)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인터넷전업은행 진출을 계획 중에 있다.
야후는 직접 운영하는 경매사이트 등을 기반으로 최근 아오조라은행 지분 추가 인수 등을 통해 내년 봄부터 인터넷뱅킹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라이브도어는 지난 3월 서경(西京)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인터넷뱅킹을 주업무로 하는 은행설립 구상을 발표했으며 현재 프로젝트팀에서 기존 인터넷전업은행의 불편사항을 개선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사업계획을 구상 중에 있다.
美 많은 업체 도산…日 인터넷업체도 준비
국내 2금융권 중심으로 논의 재개 될 듯
◇ 일부만 살아남은 미국과 영국 = 미국에서는 지난 1995년 8월 세계 최초로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웍뱅크(Security First Network Bank)가 인터넷전업은행으로 설립된 이후 30개 내외의 인터넷은행이 설립됐다. 이 중 상당수가 통폐합됐고 지난 3월 현재 12개 은행만이 영업중에 있다. 〈표 2참조〉
현재 이 은행들은 예금·대출(모기지론) 등을 비롯해 보험상품판매, 주식매매중개 등 일반은행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설립초기에 비해 고객 인지도가 높아져 경영여건이 호전돼 대부분 흑자를 시현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3월 현재 에그뱅크(Egg Bank), 스마일뱅크(Smile Bank), 카훗뱅크(Cahoot Bank) 등 3개 인터넷전업은행이 영업중에 있다. 그러나 에그뱅크를 제외한 2개 은행의 영업규모는 미미한 실정이다.
에그뱅크는 지난 1998년 10월 보험회사인 푸르덴셜의 자회사로 설립돼 전문가, 부유한 은퇴노인 및 직장인을 목표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요구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성공적인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했다. 이를 통해 에그뱅크는 설립 1년만에 70만명의 고객과 70억 파운드(약 14조원)의 예금을 유치, 2003년말에는 350만명의 고객확보와 1610만 파운드의 영업이익을 시현하기도 했다.
◇ 논의 재개되는 국내 =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2년초 SK텔레콤, 롯데 등 대기업과 안철수닫기

현재 우리나라는 은행업법에 따라 은행업무를 부분적으로 나눠 인가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수신업무만을 담당하게 되는 인터넷전업은행을 허가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 법에는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도 담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터넷 전업 증권사, 인터넷 전업 보험사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인터넷뱅킹 이용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인터넷전업은행에 대한 요구가 또 다시 거세질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대기업 계열 2금융 기관들이다. 현재 삼성그룹이 삼성증권을 통해 지급결제시장 장악을 위한 인터넷전업은행 운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은행 및 2금융권, 통신, 유통업체 등이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려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중 특히 2금융권 요구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2금융권의 경우 상품교차판매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지급결제 기능이 없어 은행측에 매년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터넷은행의 설립 요구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통신회사나 유통회사는 기존의 거래고객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으나 은행업에 대한 경험부족과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 규제정책 등의 제약요소들이 상존하고 있어 설립이 쉽지는 않다.
◇ 설립위해 해결할 점 많아 = 인터넷전업은행의 국내 설립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감독당국의 인가 및 감독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인가기준은 기본적으로 일반은행과 동일한 가운데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기업금융 취급이 극히 미미한 점을 감안해 경제력 집중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업자본에 의한 설립이나 지방은행에 준하는 소유구조를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관련업계는 제기하고 있다.
또 인터넷은행이 오프라인 지점 등에 관련한 설비투자비용이 적은 점을 감안, 필요시 최저자본금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감독기준으로는 일반 은행과 다소 차별화를 통해 자산운용에 있어 정보와 거래경험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여신취급 자제와 최소한의 오프라인 점포 운영 등을 유도해야 하며 보안 및 전산장애 등 운영리스크와 유동성리스크도 강도 높은 감독기준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금융실명제법상 실명확인절차 개선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 인터넷전업은행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은행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경쟁 등으로 인해 인터넷을 통한 금융서비스 개선과 수수료 인하의 효과가 발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현 법규상 인터넷전업은행 인가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그 이후에 대한 사항은 검토한 바가 없으며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불허 방침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표1> 일본 인터넷전업은행의 영업실적
(억엔, 만계좌)
(자료 : 한국은행)
<표2> 미국의 주요 인터넷전업은행 운영현황
(백만U$)
*총자산, 대출, 예금은 2004년말 기준
(자료 : 미국 FDIC 홈페이지)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