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보험사의 정책방향과는 반대로 일선 영업조직에서는 이를 보험가입의 미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이에 영업조직의 역선택 조장에 대한 강력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대 후반 여성인 회사원 K씨는 최근 외국계 생보사인 A사의 한 FC에게 보험설계 상담을 받았다. FC가 K씨에게 추천한 상품은 종신보험. 다양한 보장내역을 설명하는 도중 이 FC는 K씨에게 출산계획에 대해 물어본 후 현재 우리나라 제왕절개 수술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며 1종 수술에 제왕절개를 담보하고 있는 보험가입을 권유했다.
30대 초반의 회사원 L씨도 설계사의 권유로 인해 역선택 의도로 보험가입을 한 사례. 역시 외국계 생보사인 B사의 FC에게 상품설명을 받던 도중. 평소 목감기로 인해 편도가 많이 붓는다는 L씨에게 FC는 편도절제수술을 받아야만 고질적인 병이 고쳐질 수 있다며 자사 보험상품이 1종수술에서 편도절제술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술비와 입원비 등을 고려할 때 보험가입 후 편도절제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은 본인이 예측하지 못한 사고, 질병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본인이 예측하고 그와 관련된 보험에 가입한다면 이는 역선택으로 보험사의 손해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보험사에서는 역선택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언더라이팅 강화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역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는 사실이 위의 사례와 같이 드러났다.
특히 약관상 1종수술로 분류된 수술비용을 미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축농증 근본수술, 맹장수술, 치질 근본수술, 탈장근본수술, 각막이식술, 재왕절개술, 편도절제술 등이 1종으로 분류돼 있는데 이 중 축농증이나 습관적으로 편도선이 붓는 것, 치질 등은 본인 스스로 질병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일부 설계사들이 이용, 보험가입을 하고 이번기회에 수술을 하라는 식으로 역선택을 조장하고 있는 것.
제왕절개수술 역시 출산계획을 가지고 있는 여성가입자에게는 좋은 역선택의 기회다.
또한 일부 설계사의 경우 자살에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는 인터넷 사이트에 종신보험에 가입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을 했어도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며 상품설명 광고글을 올리기도 해 역선택 조장 뿐만 아니라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영업조직의 한 관계자는 “보험이 일상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며 “어떤 이유 때문이든 수술비용 등을 보험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라는 것은 역선택 조장으로 설계사 자질이 의심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집조직에 대한 평가가 실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며 “모집조직에 대한 실적평가 뿐만 아니라 자질평가 및 직업관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b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