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감독기준을 정비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키워 외국계의 독무대로 인식되고 있는 신용파생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혜택 제공이라는 정책적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국내의 신용파생상품 시장은 일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전체 수익중 85%가 이 시장에서 창출되고 있는 점, 금융기관 영업의 핵심인 신용위험 관리기법상 선진화된 기법을 국내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신용보강과 신용위험 분산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추가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신용파생상품 감독의 원칙
감독당국은 그 동안 파생금융상품거래를 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신용리스크만을 보기 때문에 거래에 걸림돌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계정(Trading book)은 근본적으로 신용리스크와는 무관하고 시장리스크만을 부담하기 때문에 자기자본 산출에 있어서도 거래계정은 신용공여액 산출시 제외하도록 하는 원칙을 마련했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파생상품이건 간에 단순한 거래과정에서의 이익을 얻기 위해 인수한 상품은 자기자본 등의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했다.
최종적으로 보유목적으로 이 상품을 인수했다면(비거래계정: Banking book) 신용공여액 산출에 포함되고 신용리스크 규제도 받게 되지만, 이 경우에도 여러 금융기관이 위험을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최종적인 위험부담은 적어진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같은 원리의 장점을 엔론사태로 설명하고 있다. 총부채 670억달러의 미국 최대 에너지 회사인 엔론이 파산했지만 이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금융기관이 없었던 것은 신용파생상품을 통해 리스크 관리수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도권 이용 어려운 中企 금융혜택 전망
국내에서도 이 같은 거래형태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7일 유동화전문회사인 `에프엔파인`은 기업은행이 이 회사와 체결한 CDS(신용디폴트스왑)와 중소기업금융채권을 기초자산으로, 800억원어치의 선순위 CDO(부채담보부증권)를 발행했다.
이 CDO를 인수한 기관은 삼성증권이고, 삼성증권은 이를 다시 몇개의 금융기관에 쪼개서 되파는 형식으로 위험을 분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면, 정상적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이 각종 채권을 묶어 신용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팔아 중소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고, 금융기관들은 서로 조금씩 나눠 사면서 위험을 분산했다.
이번 경우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채권을 인수하면 국내에서 위험을 떠안게 됐지만, 최종적으로 이 상품을 외국계가 사간다면 신용위험은 해외로 이전되는 효과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신용파생상품의 장점으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파생상품 계약 잔액은 지난 2001년 6월말 6315억달러에서 지난해 6월말 5조4452억달러로 무려 8.6배나 성장했다.
이에 반해 국내 시장은 지난 해말 현재 원화표시 신용파생상품거래는 전무하고, 외화표시 계약 잔액도 지난 2000년 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 초보적인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시장이 활성화되면 정상적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한 기업들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에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선 신용파생상품 거래(거래계정)를 늘려도 각종 자기자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신용공여한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 거래를 급격히 늘리면 그만큼 한도가 줄어들게 되는 효과가 나타나 기존 기업에 돌아갈 여신이 줄었으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동일인여신한도에서도 제외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프라 구축도 병행돼야"
다만, 감독기준이 정비되더라도 국내 시장의 기존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가의 문제는 남아 있다.
부채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해야할 신용평가 인프라가 부족하고, 또한 적당한 상품들을 묶어 구성하는 테크닉도 부족하다는 분석이 다소 앞선다.
다양한 등급의 채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물량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고 전제하고 "다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전체 수익의 약 85% 정도를 이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고,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금융혜택을 얻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제공>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