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각 은행별로 별도 발급되고 있는 모바일뱅킹용 칩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이동통신사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은행들은 은행 산업의 특성과 고객 정보 보호 등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은 각 은행별로 발급하고 있는 모바일뱅킹용 칩이 하나로 통합돼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칩 통합을 통해 칩 관리 권한을 소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즉, 이동통신사들은 칩을 통합해 칩 속에 들어있는 고객의 정보 등을 소유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e비즈니스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은행별 모바일뱅킹용 칩을 통합하자는 논의는 각 은행별로 발급되는 통장이나 신용카드사별로 발급되는 신용카드를 통합하자는 논의와 같다”며 “이럴 경우 은행별로 제공되는 차별화 서비스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임원은 “칩이 통합될 경우 결국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하향 평준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은행의 e비즈니스 부서장은 “칩을 통합했을 때 하나의 휴대전화에 고객의 모든 계좌 정보가 함께 수록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정보보안은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은행 간의 이해조정 문제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모바일뱅킹용 칩 통합을 위해 여러 은행들과 계속해서 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동통신사도 은행들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고객을 내세워 칩 통합과 칩 통합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에는 모두 칩을 통한 고객정보 소유와 칩 통합으로 인한 각종 해결해야 할 문제 등으로 인해 각자의 입장에서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논의는 최근 은행들 간에도 시작됐다. 지난 3월말 e비즈니스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모임에서 모바일뱅킹용 칩 통합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그 이후로는 아직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용량 칩 개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의 16K바이트 용량의 칩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용량 칩 상용화를 통해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도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기대하고 있다. 대용량 칩 상용화는 올해 내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어떠한 방식의 결정이 내려지든 간에 소비자의 편리성, 질 높은 서비스, 보안성을 고려한 상태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수협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