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일본 식민 통치와 침략이 아시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 큰 상처를 줬다"며 "일본은 인류애의 정신으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통렬한 후회와 깊은 반성이 항상 일본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다"며 "이후 모든 문제들을 무력 사용 없이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하겠다는 원칙 하에 행동해 왔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기존 방침을 뒤엎고 국제 회의에서 공식 사과함에 따라 격화됐던 중일 양국 간의 첨예한 갈등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UOB-케이준의 스티븐 령 애널리스트는 "긴장 완화는 양국 모두에 긍정적"이라며 "만약 갈등이 사라진다면 중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이즈미의 사과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발언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나 국제 회의에서의 일본 총리가 행한 첫 공식 사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2차 대전 종전 50주년인 지난 1995년 8월15일 "전쟁과 관련된 모든 희생자들에게 통렬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일 긴장관계 완화 기대감에 이날 일본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화답했다. 이날 일본 주식시장은 전일대비 0.56% 상승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상승폭이 1.3% 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23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 회담도 갖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측은 여전히 "고려 중"이라고 밝혀 회담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리빈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이 이를 대변한다. 리 대사는 "말도 중요하지만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리 대사는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고이즈미의 사과가 중국의 반일감정 해소와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립서비스라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일본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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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