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에 대해 은행권 CEO 및 고위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KAIST 금융공학연구센터가 ‘금융IT 아웃소싱 현황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21세기 금융비전 포럼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재규 교수는 기존 은행 IT자회사를 공통 업무를 중심으로 자율적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현재 각 은행별로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 구축도 은행 전체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이번 주제발표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제일, 기업,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담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인소싱(In-souring)을, 우리은행은 IT자회사를 활용한 아웃소싱(Out-souring)을 하고 있다. 신한, 하나, 기업은행은 자회사와 협업하는 코소싱(Co-souring)을, 산업은행은 SI업체를 활용한 아웃소싱(Out-souring)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전국은행연합회 신동혁 회장, 대한손해보험협회 안공혁 회장,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 한국산업은행 유지창 총재, 대우증권 손복조 사장, 한국증권전산 한정기 사장 등 금융권 고위관계자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박성주 원장을 비롯한 교수, 학생들이 참석했다.
◇ 은행 IT아웃소싱 자회사 의존 높아 = 국내 6개 시중·국책은행을 조사한 결과 국내 은행의 IT아웃소싱은 대부분은 IT자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6개 조사은행 중 산업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이 IT자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삼성SDS에 토탈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이 IT자회사의 모은행 의존도는 74.5%~85.4%로 높게 조사됐다. 조사 은행들은 IT자회사에 대해 △SI업체에 비해 높은 금융IT 전문성 보유 △은행정보 보안유지 및 의사소통 용이 △기술력, 인력 유연성, 유지가능 △금융그룹의 IT통합의 대안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IT 자회사에 의존할 경우 규모의 경제와 시장개방 실현이 어렵고 비용상승, 신기술 여력 부족, 국제 경쟁력 취약 등의 문제점도 발생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IT 아웃소싱 성과를 조사한 결과 IT자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5개 은행들은 비용절감, 은행의 IT수준 향상, 전산실 점거 위험, 상품·서비스 향상, 업무수행방식 개선, 우수인력 활용, 백업 및 복구 안정성 등에 대해 중요성은 모두 인정한 가운데 보통의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SI업체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비용절감을 제외한 전 부분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밝히고 있다. 비용절감만은 보통의 만족도를 보였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통제의 어려움, 비용증가, 서비스 수준 하락, 정보의 외부유출, 내부고급 인력 이탈, 외부 IT인력의 파업위험, 외부 백업 및 복구의 안정성에 대해 대부부 중요하다고 인정한 가운데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I업체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전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비용절감 만족도가 높지 않고 비용증가에 대한 심각성은 타 문제점에 비해 높게 나타나 아웃소싱이 꼭 비용절감을 가져다주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IT 아웃소싱 환경개선을 위해
해외 선진은행 IT 아웃소싱 활용 사례 많아
국내 자회사 의존 높아…노사 합의 이뤄져야
◇ 은행IT 아웃소싱에 대한 방안 = 이재규 교수는 “모든 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아웃소싱을 한다면 금융IT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며 “자회사 모형은 국제성, 반복적 활용의 경제성, 규모의 경제 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은행별 IT자회사를 자율적으로 통합하거나 금융에 주력하는 SI업체와 IT자회사를 결합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공통된 시스템 개발·운영을 실시, 쉐어드 서비스 센터로 자리 매김 해 국제적 금융SI 전문회사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웃소싱 역량과 신뢰성 향상도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공급능력 공동개선과 정보윤리 인증제도 확립을 통한 보안유지 방안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은행간에 전산 자원 공유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은행간의 차별화 부문에 있어서는 인소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CEO를 비롯한 고위관계자들은 공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은행연합회 신동혁 회장은 “은행 IT자회사들간의 통합은 간단한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실질적으로 어떻게 통합을 진행할 것이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는 “오히려 부분적인 IT아웃소싱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증권사 일부 업무에 대해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증권전산 한동기 사장은 “아웃소싱에 성공하려면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나 아웃소싱을 의뢰하는 업체 모두 상호 신뢰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는 다소 미흡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한 사장은 “노사간의 합의도 아웃소싱 성공의 큰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 해외 사례는 = 선진 국가들의 금융IT 아웃소싱 배경은 △전략적 IT구상에 집중 가능 △효율성 제고 가능 △업무비용 삭감 가능 △자본비용 삭감 가능 △인력부족 완화 등을 꼽고 있다.
반면 IT아웃소싱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객정보의 전략적 중요성 △보안측면의 불안 △IT벤더의 장기에 걸친 의존 △금융계에 관한 전문지식 결여 △경영진에 의한 관리 불가능 △높은 비용 △당국에 의한 검사 등을 꼽고 있다.
실제 해외의 한 은행은 지난 1997년 모든 전산과 통신업무를 EDS에 10년간, 50억달러 전면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 인력 94%를 EDS로 이전했다. 이를 통해 서비스 수준이 1년후 10% 상승하고 시스템 안정성도 증대됐다고 밝혔다. IT원가절감은 20% 감소됐다고 발표했다.
▲ 지난 29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1세기 금융비전 포럼서 신한금융지주회사 라응찬 회장(왼쪽부터), 전국은행연합회 신동혁 회장, 대한손해보험협회 안공혁 회장, 21세기 금융비전 포럼 이규성 의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박성주 대학원장과 배순훈 교수, 한국산업은행 유지창 총재 등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뒷줄은 KAIST 학생들.
<해외 은행의 IT아웃소싱 현황>
(단위 : 억원)
(자료 : KAIST 금융공학연구센터)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