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에 나섰다가 정보만 빼내가고 협상을 결렬시키는 책임감 없는 태도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 한편, 이번 SK생명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계약 당사자간 구속력을 가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M&A의 경우 매각사가 인수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국내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회사의 심각한 유동성 문제해결을 위한 외자유치 방법으로 M&A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우월한 입지를 살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협상대상자를 하나의 회사로 한정한 뒤에서는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실사과정의 무리한 정보제공 요구에도 응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실사를 거쳐 매각이 성사되면 다행이지만 무산될 경우 기업은 물론 국내시장의 정보를 모두 외국계에 공짜로 제공하게 된다. 이번 SK생명의 경우도 마찬가지.
금융권 한 관계자는 “SK생명 등과 같은 금융회사의 매각이 도중에 무산되게 되면 그 파장이 해당사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회사의 정보는 물론 국내 금융시장정보, 또한 금융사와 거래하고 있는 일반기업정보까지 모두 실사자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실사이후 M&A가 무산되면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파장을 막기 위해 MOU체결시 입찰보증금 선납제나 손해배상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켜 구속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매각대금의 10~20%를 입찰보증금으로 먼저 지불하고 만약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찾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MOU에 포함시키거나, 매각이 무산됐을 경우 입은 손해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는 것.
또한 우선협상대상자를 하나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선협상대상자로 2개사를 선정해 마지막까지 3개사가 경합을 벌이도록 해야 협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 한 관계자는 “M&A의 경우 기업간의 계약이므로 법을 이용해 피해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계약에 구속력을 가진 조항을 포함시킬 수는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M&A시장 경험의 미숙으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으며 비싼 학습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만큼 곧 M&A시장 성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경련은 ‘국내M&A관련제도의 실태와 보완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한 투기자본으로부터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80년대에 잇따른 일본의 미국기업 인수를 겪으면서 경제안보에 대한 위기의식과 외국인투자 규제확대에 대한 여론급등으로 엑손-플로리오(Exon-Florio)법을 제정했으며, 일본·프랑스도 미국과 유사하게 국가안보관련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에 대해 정부가 심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국내 법인의 경영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주주 등이 되려는 외국인에 대한 사전 승인절차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적대적 M&A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내기업의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을 위해 기업경영권 경쟁시장에서 공격자와 방어자간에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재도입, 제3자 신주인수권 배정 요건 완화, 의결권과 관련한 수종의 주식 발행 허용 등의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