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박 이사는 ‘새로운 일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이반젤리스트 조직을 맡게 됐다. 박 이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이고, IT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IT 시스템을 구현하는 개발자”라고 믿고 있다.
국내 IT 개발자들이 변하면 국내 IT 경쟁력도 변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이사는 “국내 개발자들이 인도나 기타 IT 강국처럼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목표라고 말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을 널리 알리는 것이 박 이사의 역할이지만 좀 더 넓게는 IT 개발 환경의 변화가 이 분야에 몸 담고 있는 IT인으로 갖고 있는 목표다.
박 이사는 “모든 사람은 잠재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단지 50~200%까지 발휘할 수 있는 갭이 클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람을 중요시하는 인식과 지원이라고 말한다.
박 이사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생활을 잠시 접고 벤처 업체 인큐베이팅에 뛰어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2001년 말 어려운 상황에서 벤처업체의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회사도 실패로 돌아갔지만 박 이사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더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한다.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교육하면서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 부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
박 이사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이반젤리스트 조직을 맡게 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조직 정비였다. 부서 이동 당시 생긴지 2년 밖에 안됐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단기간 근무한 사원들로 이뤄진 조직으로 다른 조직과의 협력관계가 원활치 못했다고 판단했다.
타 부서는 목표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 명확하게 정의된데 반해 박 이사가 맡게 된 부서는 목표만 명확하고 방법론은 나와 있지 않았다. 박 이사는 타 부서에서 인력을 데려오면 협력관계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봤다. 각 부서별로 인력을 데려와 조직을 정비했다.
박 이사는 이후 성과에 대해 “현재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이반젤리스트 조직이 마이크로소프트 아·태 지역에서 최고”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부임 6개월 만에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조직을 끌어올렸고 향후에도 이런 평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박 이사가 국내 IT업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기초 기술 연구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IT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프로그래밍 부문에 집중해 이 부문의 인력이 많은데 비해 알고리즘 등 기초 기술 부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은 적다.
기초 산업이 튼튼해야 전반적인 산업 발전이 이뤄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박 이사가 걱정하는 것은 근로 환경의 저하다. 프로그램 개발 인력이 많아지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고 이는 열악한 근로 조건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는 “각 분야별 개발자들이 골고루 많아질 때 산업 부문도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고 힘줘 말한다. 근로 환경의 개선이 이에 대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박 이사는 디벨로퍼&이반젤리즘 조직을 맡으면서 학교와 조인트-리서치 센터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베디드, 그래픽 분야 등 알고리즘 부문의 협력을 통해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한다.
박 이사의 희망은 은퇴한 이후에는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것이다. 아직 이 부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우선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여성이 적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조직을 맡은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이반젤리스트 그룹을 만드는 것이 박 이사의 희망이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