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위기의 국내 보험산업

관리자 기자

webmaster@

기사입력 : 2005-01-08 20:29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정책연구실장, 경제학 박사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새해를 맞은 국내 보험업계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금융업은 경기를 탈 수 밖에 없는 업종이다. 금년도의 경기 전망이 어둡고 보험업도 금융업이기 때문에 보험업계의 금년도 전망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국내 보험업계 앞에 닥친 어려움이 경기 침체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외국 선진보험사들의 시장잠식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장기 상품인 보험의 특성으로 인해 전체 보험료 기준으로는 아직도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월별 신규 계약고를 기준으로 보면 외국사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달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방카슈랑스를 계기로 외국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사들은 국내사들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면서 은행을 통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설계사 조직이 더 이상 시장 진입장벽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국공채 등 장기안전자산 위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별다른 묘수가 없음에도 외국사들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높은 예정이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과거 고금리 시절에 판매한 상품에서 금리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금년도에만 보험업계 전체로 2.5조원 수준의 역마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내 생보사의 대부분이 몇 년 이내에 위기 상태로 진입할 것이다.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초저 금리 정책을 유지했던 이웃 일본에서도 보험회사의 금리 역마진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일본 보험업계 전체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일본 정부는 일본 보험사들이 이미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예정이율을 소급하여 인하하는 법률을 제정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문제보다 심각한 것은 국내 보험사들이 불합리한 사회정서로 인해 상업적 베이스에서 영업을 하는 데에 너무나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은 계약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서로 돕는 상호부조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험회사가 중간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은 보험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증거이므로 보험료를 낮추든지 계약자에 대한 지급액을 높이든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사업비로 책정한 금액 중에서 남은 금액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비를 과다하게 책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감독당국의 사업비 인하 조정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보험사간에 경쟁이 충분하여 지나치게 높은 사업비를 책정하는 것이 경쟁에 의해 견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업비를 절감하여 이익을 남기는 것은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회사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경영으로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 칭찬의 대상이 아니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는 국내 보험사들이 이익을 축적하여 세계적인 보험사로 성장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법적 근거가 없는 비합리적인 주장에 휘말려 생보사의 상장이 가로막혀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원론적으로만 보면 보험이 상호부조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역사적으로 보험회사의 법적 형태가 상호회사에서 출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호회사 체제하에서는 보험사가 손실을 내더라도 계약자들이 나누어 부담하므로 보험회사의 경영진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유인이 약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경영에 전문성이 부족한 보험계약자인 사원이 경영자를 감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더욱이 상호회사의 형태로는 대형화, 겸업화 추세 하에서 회사의 경쟁력에 관건이 되는 자본력 확충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의 보험회사들이 주식회사로 전환하여 상장을 하는 것이 대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회사에서 주주와 계약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주식회사인 국내 생보사를 상호회사로 전환시켜 계약자가 주인이 되게 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회사의 지급능력을 유지하고 보험산업의 발전을 지원해야할 감독당국마저 불합리한 주장에 휘말려 상장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은 장기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문제가 싹트고 있더라도 그것이 표면에 드러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일단 표면화되면 단기간에 해결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성격도 가지고 있다. 문제의 발생소지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대책을 찾기 어려운 업종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년은 보험업계와 정책당국이 지혜를 모아 보험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선제적이고 발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너무나 중요한 한 해이다.



관리자 기자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KT&G ‘Global Jr. Committee’, 조직문화 혁신 방안 제언
대내외에서 ESG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KT&G
국어문화원연합회, 578돌 한글날 맞이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이름 찾기' 공모전 열어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