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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 불확실성 앞에서 투자자는 냉정해야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5-07 00:00

[기자수첩] 정치 불확실성 앞에서 투자자는 냉정해야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2025년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치권의 판도가 요동치는 만큼, 특정 정치인과 연관됐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이른바 '정치 테마주'가 다시 한번 시장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몇 달 사이, 특정 후보와의 학연·지연·직간접 인맥 등을 근거로 얽힌 종목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적과 무관한 과도한 기대감, 무분별한 추종, 대주주의 매도 등으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상지건설의 사례는 테마주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지건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며 4월 초 3,000원대였던 주가가 33,400원까지 치솟았다. 단기간에 주가가 10배 넘게 오른 것이다. 급등 배경에는 명확한 실적이나 호재 공시가 없었다. 시장에 떠도는 '후보 지지 기반 지역과의 연관성'이 전부였다.

문제는 그 직후였다. 상지건설은 전환사채(CB) 물량이 대거 출회 된다는 공시를 냈고, 시장은 순식간에 반응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정점을 기준으로 보면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대선 테마주’의 신기루가 사라지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흐름은 이재명 테마주로 거론된 오리엔트정공과 크라우드웍스, 한동훈 전 장관 관련주로 묶인 이노인스트루먼트, 태양금속 등에서도 반복됐다. 오리엔트정공은 4개월 사이 1,074%의 상승률을 기록한 후 하락 전환했으며 크라우드웍스 역시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한 물량 부담에 주가가 급락했다.

또 일부 종목들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매각,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구조가 반복됐다.

거래소는 이 같은 과열 양상에 대해 연이은 경고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투자경고' 이상으로 지정된 종목 115개 중 52%인 60개가 정치 테마주였다.

이들 대부분은 실적이 부진한 중·소형주였다. 거래소는 "정치적 이벤트나 단순한 연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 기간 조회공시가 요구된 종목 62개 중 절반 이상도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는 명확한 공시와 펀더멘털이 부재한 가운데 단기 수급만으로 주가가 요동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 테마주에 대한 기대감은 매 선거 때마다 반복돼 왔다. 특정 인물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 그의 고향에 본사를 둔 기업, 과거 직장 경력이 있는 기업, 지인 또는 측근이 경영하는 기업 등은 일제히 테마주로 분류돼 이목이 쏠린다.

문제는 이같은 분류가 공식적이거나 검증된 기준 없이 루머와 추정에 기대어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정치 테마주’는 통상 실적과 무관하게 급등하고, 정치 일정이 일단락되면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종목이 이같은 테마화를 이용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을 감행하면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승 기대감에 따라 개인투자자가 몰리면, 그 타이밍에 맞춰 최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을 발표해 주가를 희석시키는 구조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급등한 주가에 진입했다가 단기간에 반 토막이 나는 사례를 종종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의 단기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실적을 먼저 따져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처럼 정치 이벤트가 많은 시기에는 비정상적인 흐름에 편승하기보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자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 정치 테마주는 작전 세력이나 단기 수급 주도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위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냉정하게 말해, 정치 테마주는 수익의 기회라기보다 불확실성의 투영에 가깝다. 정치권의 상황은 예측이 어렵고, 그에 따른 주가의 방향성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최근처럼 정보의 전달 속도가 빠르고, 소셜미디어에서 루머가 순식간에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때 일수록 투자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정보와 기대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은 일반 투자자에게 기회보다 리스크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정국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이벤트다.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 인물 교체에 따른 기업 환경 변화 등 수많은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본다’는 식의 단순한 도식은 투자에 있어서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실적과 성장 가능성, 재무 안정성 등 기본기를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대선 테마주는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온 익숙한 흐름이지만, 그 끝은 언제나 냉정한 평가로 마무리된다. 정치는 흐르고, 시장은 살아남는 자의 것이다. 화려한 기대보다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때이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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