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활성화 정책으로 명분은 갖춰졌다
을유년 새해를 맞아 제2금융권이 힘찬 태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의 활약이 기대되는 한해이다. 정부가 ‘서민금융 활성화’를 올해 최우선 정책과제로 표명한 만큼 직간접적인 정책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서민금융기관들이 바라보는 올 한해 전망과 경영전략 변화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서민금융 정상화에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2005년을 맞아 저축은행들이 새로운 경영전략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불어온 경영한파를 최전방에서 몸소 체험하면서 기존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식 영업방식’으로는 앞으로 금융산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저축은행업계는 지난 2004년부터 새로운 수익원 개발, 경영투명성 제고 등 다양한 변화를 꿈꿔왔고, 올해 그 성과를 시장에서 평가받게 된다.
올해 정부가 내세운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속에서 저축은행이 새로운 금융주체로 떠오를지,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사장될지는 그동안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의 변화도 눈에 띄게 달라질 전망이다. 올해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으로 내수침체를 종식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영업환경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소호(SOHO)대출의 부실로 인해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않다.
한마디로 기회와 위기가 교차되는 상황에서 생사의 갈림길 중 어느쪽을 택할지는 저축은행의 몫으로 남게됐다.
■ 소매금융 경쟁 심화
소매금융시장을 둘러싼 금융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포문을 연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무차별 잠식이 진행되고 있고, 금융업종간 업무영역 파괴로 국내 시중은행들도 소매금융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많은 저축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릴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2005년 한해를 시작하는 신년사에서 살펴볼수 있다.
푸른저축은행 남현동 사장은 “급속히 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각 금융권의 영역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고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적자생존의 냉엄한 현실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방법은 영업력 강화밖에 없다. 단순히 여수신 유치에 따른 계수성장이 아니라 대출의 섭외부터 자산의 사후관리까지 전 부문에서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고 밝혔다.
동부저축은행 김하중 사장도 “현재 국내금융시장은 200년 넘게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월등한 영업망, 그리고 몇단계나 수준높은 위험관리능력을 갖춘 외국계 금융회사가 진출하면서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꿨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저축은행은 내부역량의 부족으로 자생력이 위태로운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여있고, 이를 위해서 경영역량이나 대외신인도를 제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숱한 고비를 이겨내며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칫 방심했다가는 변화의 물결에 휩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라임저축은행 김선교 사장은 “앞으로 전진해야할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영업환경은 IMF당시보다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를 타개해나가기 위해선 기존의 영업관행, 소극적이고 안이한 사고 및 일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영업환경과 고객들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소호대출이 또다시 걸림돌
금융산업간 약육강식의 무한경쟁과 함께 소호대출의 부실은 저축은행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학계를 비롯한 금융업계에선 올해 소호대출의 부실을 기정화하고 있다. IMF이후 발생한 기업부실, 개인부실에 이어 소상공인들의 부실이 사회문제로 부각된다는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터진 숙박업소의 부실은 소상공인 대출부실의 시작을 알렸다. 숙박업소에 이어 ‘비교적 불황의 여파가 적다’는 요식업계에서조차 영업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연구소 김장희 박사는 “올 상반기쯤 소호부실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시중에 나가보면 자영업자들 대다수가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호부실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중은행들은 신규대출을 자제하고 기존대출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근본적으로 소호대출의 부실을 막을수는 없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2000년 시행한 소액신용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지난해까지 대손충당금 적립에 사활을 걸어온 저축은행업계가 소호대출 부실로 또다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부실은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걸쳐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같은 영업환경속에서 소상공인 부실까지 터져나온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며 “부실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제2의 도약을 위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에 또다시 발목을 잡힐 경우 향후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희망은 있다
무한경쟁, 소호대출 부실 등 올한해 저축은행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2004년보다 어려우면 어렵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서민금융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저축은행업계는 올 한해 희망찬 미래를 엿볼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합리적 대출관행을 정착시키는 한편 적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선 신속히 시정조치를 부과해야 한다”며 “이러한 감독강화가 신용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된 감각과 정책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금감원의 방침에 저축은행업계는 어떤 식으로든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의 최전방에 서있는 서민금융기관들에 대한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질적인 정책지원이 없더라도 저축은행업계를 바로보는 인식이 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금융 활성화를 표명했고,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선 서민금융기관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서민금융기관 육성에 대한 대의와 명분이 살아난만큼 정책지원이 어느정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쟁력 향상절실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 대한 정부의 정책배려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 스스로의 노력이다. 특히 대외인지도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중 하나이다.
이에 지난 3일부터 저축은행중앙회는 TV광고를 통해 ‘귀 기울여 주는 은행, 꿈이 있는 사람들의 특별한 은행’이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또 개별저축은행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윤리경영을 제1목표로 고객신뢰도 확보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더 이상 고금리 수신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고금리 수신으로 고객을 확보한다고 해도 고객신뢰와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리경영, 서비스 강화외에도 경영인프라의 시스템화는 올해 저축은행업계의 공통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개개인의 감이 아닌 고객DB를 통해 여신을 심사하고 이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노하우를 상품개발과 접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통해 임직원들의 자질향상을 유도할 계획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윤리경영 강화와 함께 올해는 리스크관리와 틈새시장 공략, 우수인력 확충 등에 힘쓸 때”라며 “이같은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어떠한 영업환경변화에서도 지역밀착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