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IT 업계에 따르면 그룹사 계열의 대형 보험사인 A사가 이번 달부터 ‘IT 거버넌스’를 위한 컨설팅 작업에 들어갔다.
A사는 현재 차세대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어 이와 연계한 투자 및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조직 정비 차원에서 IT 거버넌스에 접근하고 있다. A사는 향후 약 1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장기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다.
◇ 내년부터 확산 기대… A사를 비롯한 은행, 손해보험, 생명보험업계 등 금융권 CIO들의 최대의 화두는 ‘IT 프로세스 개선’에 맞춰져 있다. IT 프로세스 개선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는 EA (Enterprise Atchitecture)나 ITIL (IT Infrastruc ture Library) 등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생명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EA는 궁극적으로 거버넌스를 위한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이 부문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IT 거버넌스는 그동안 IT의 조직, 예산, 성과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IT 거버넌스를 통해 IT의 프로세스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이 인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IT 거버넌스는 전사적 관점의 IT 투자, 조직, 사업관리, 성과관리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액센츄어, 삼일PwC, 한국HP 등 IT 컨설팅 업체들이 방법론 제시 등을 통한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HP 이건영 과장은 “대형은행의 경우 한 달 평균 디스크 교체등 작은 프로젝트부터 차세대 등 대형을 포함해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30개에 이르고, 보험사의 경우도 15~20개 정도로 이를 가시화하고 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수다”고 설명한다.
체계적인 관리 및 진행사항을 위해서는 IT 거버넌스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HP의 경우 내년 금융권 시장에서 IT 거버넌스 프로젝트 2~3군데 사례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 당장 확대는 어려워… 도입의 당위성에 비해 IT 거버넌스는 투자 부문만 하더라도 IT 조직뿐 아니라 재무부서 등 비IT 조직 및 CEO의 참여가 필요해 실제 적용에는 상당한 진통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게 존재한다.
PwC 본사가 올해 7월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35명의 CEO와 CIO 중 76%가 IT 문제를 인지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42%는 임원진과 책임자가 참여하는 IT거버넌스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프로젝트 관리 조직인 PMO 조직과 IT 투자 실무 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비상설조직으로 단일 프로젝트에 일회성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할 때 전사적인 관점으로 확산되는 데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성과 측정에 대한 반발, 프로세스 관점에 대한 차이 등은 거버넌스 개념이 자리 잡는데 해결돼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 ERP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이 IT 거버넌스에도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차세대 시스템을 진행한 대형 보험사인 B사는 프로젝트 투자 효과 모델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바 있다.
B사 관계자에 따르면 “IT 투자 성과 측정에 대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자료에 대한 신빙성, 상용화 툴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B사는 최근에도 2~3개의 컨설팅 업체와 접촉해 IT 투자 성과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해외에서도 전사적인 사례는 많지 않다. 미국 상무성 등 공공기관 사례와 일부 보험사 사례가 제시되고 있지만 프로세스가 국내와 크게 상이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실정을 반영한 현지화된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IT 거버넌스는 통상 6개월의 프로세스 정립과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3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프로세스 정립 이후에도 이에 대한 오류를 줄이는 작업이 상당 기간 걸리고 있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