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속에서도 고금리 수신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밖에 없는 서민금융기관들로서는 은행들의 저금리 공세가 이제는 부담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자구책으로 금리 인하를 시행하고 있지만 더 이상 내렸다가는 그나마 거래하고 있는 고객들도 떠나버릴 형편이다.
이런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되면 멀쩡한 서민금융기관들도 어쩔수 없이 쓰려질 수 밖에 없다.
■ 서민금융지원 공백 확대
서민금융지원 기관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90년대 후반까지 서민금융을 담당해온 국책은행인 국민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지방은행들의 퇴출로 생긴 서민지원 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서민금융 지원역량을 가지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서민의 신용도를 문제로 서민지원에 등을 돌리고 있고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도 정부의 감독기준 강화로 서민지원을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정부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서민·중소기업 대출활성화를 꿈꾸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정책은 그저 더 이상의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한 감독강화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서민금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외면한 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서민금융과 서민금융기관들은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인데도 한 쪽만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정책이 실효를 못 거두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은행 - 신용도 이유로 서민 외면 일쑤
서민금융 - 기준 강화에 역할 포기
■ 정책 불만 갈수록 높아져
정책비판을 자제해온 서민금융기관들이 최근 들어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각종 정책지원을 위해 일명 ‘심기 건들기’를 자제해온 서민금융기관들의 불만이 이제는 폭발직전까지 쌓였기 때문이다. 얼마전 열린 저축은행 사장단 세미나에서도 저축은행 사장단은 ‘우리는 실미도 특공대가 아니다‘라며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정부지원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기탄없이 발표했다.
그나마 이러한 호소성 발표는 양호한 편이다. 대부업체 간담회에서는 금감원 관계자에게 대놓고 ‘현행 법정 금리 66%를 지키지 않고 있다’, ‘등록증을 반납하고 사금융으로 잠적해 버릴까 생각중이다’ 등 예전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비판이 벌여졌다.
한 금감원 관계자도 “예전과 달리 업체들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기존에는 정책지원을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부실을 원치 않으면 빨리 정책지원을 해라’ 라는 식의 건의가 많다”고 밝혔다.
■ 서민·중소기업 지원은 서민금융 몫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서민금융기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이 서민금융기관들을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서민층 지원은 서민금융기관들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의 서민금융기관(저축대부조합,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들은 단독주택모기지론, 소비자금융 및 소기업대출 등 지역밀착형 대출을 핵심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이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친밀성과 서비스의 신속성을 토대로 상업은행과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정부가 이러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는 사실이다.
국내 저축은행들과는 달리 미국의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 외에도 대출채권 및 모기지론의 유동화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90년대 후반기업금융시장 진출에 이어 신용카드, 보험업무 까지 일반상업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영위하고 있다.
이렇게 서민금융 특화전략을 시행함으로 인해 미국의 저축은행들은 서민지원역할 수행은 물론 높은 수익성까지 기록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기관을 통한 정책지원이야 말로 현재 서민·중소기업은 물론 서민금융기관의 기존 부실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정부는 서민지원이 은행이 아닌 서민금융기관의 몫이라는 점을 하루 빨리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