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서민금융기관들의 부실은 서민급전창구로서의 역할 수행을 방해하고 있고 이제는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서민들을 은행과 서민금융기관 모두가 취급을 꺼리고 있다. 그동안 추진된 정부의 카드정책과 서민금융기관의 부실은 서민대출 중단으로 이어졌고 서민들은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내몰려 서민금융의 부실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서민금융의 부실이 가져올 폐해는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각종 불법금융행위들이 판을 치게 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비용의 증가로 국가적인 추가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서민금융기관들의 자구노력없이 일방적으로 조세혜택 등 정책적 지원만을 단행할 경우 또 다른 서민금융의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 서민금융부실 누구의 책임인가
서민금융의 부실에 대해 정부와 서민금융기관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IMF이후 급속하게 무너진 한국경제는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로 몰고 갔다. 특히 지난 2002년 8월 시행된 정부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축소는 갈곳없는 서민들을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사실 신용불량자의 급증은 예정된 일이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축소이전에 신용불량자 수는 245만명이었지만 100만여명에 가까운 ‘돌려막기 카드회원’ 즉 잠재신용불량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현금서비스 한도축소는 잠재신용불량자들에게 자체회생기회를 한꺼번에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름대로의 변제계획을 시행할 틈도 없었고 그렇다고 정부정책이 이를 해소 하지도 못했다. 마땅한 대안도 없이 시행된 정부의 정책은 돌려막기를 하는 신용불량자의 양산을 방지하여야 겠다는 의지만 확인 했을뿐 시행 1년만에 신용불량자수만 372만명으로 급증시켰다.<그림 참조>
서민금융기관들도 서민금융 부실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1990년 중반에 접어들면서 공급자 중심의 금융시장은 수요자중심으로 급변했다.
이런 과정에서 신협은 원래의 조합원 금융거래에서 비조합원 금융거래까지 시도했다. 한마디로 상업금융화를 선포하고 은행 등 여타 금융기관들과의 경쟁을 시작 한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운영으로 인해 지난 6년동안 부실조합 정리에 4조7000억원이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새마을금고도 1000여개의 합병을 통해 부실금고 정리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재되어 있다. 우선 예대율이 현재 50%를 겨우 넘는 상황에서 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기존 고객들의 이탈이 늘고 있고 이러한 경영악재는 새마을금고의 부실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 상반기에 5대 상호금융기관(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공적자금없이 합병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그 부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1000여개에 이르는 퇴출금고의 부실이 어딘가에는 남아있을 가능성이 커 향후 대규모 부실발생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사의 자구노력·정책지원 병행만이 유일한 해결책
신용정보·대부업체도 서민금융 부실로 제역할 못해
■ 제2금융 전체의 불황 초래
서민금융의 부실로 인한 경기침체는 제2금융권 전체를 압박하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는 물론 신용정보업체와 대부업체들의 존립기반도 흔들고 있다.
부실채권 회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용정보업체의 경우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채권추심조직마저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와 연체율 상승으로 부실채권 시장은 증가했지만 회수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 신용정보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100만원도 못 받아가는 채권추심원들이 늘고 있다”며 “물량은 늘었지만 워낙 경기가 침체되다보니 회수가 거의 되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대부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자금조달의 주요 거래처인 저축은행이 리스크로 인해 대출을 줄이고 있고 대출금리도 15%에 달한다.
여기에 인건비 10%, 광고선전비 5%, 임대료 및 관리비 10~15%, 대손처리비 15%를 더하면 실질적으로 법정금리인 66%로 대출을 시행해도 남는 것이 없다. 여기에 회수율이 약정일 기준 50%에도 못미쳐 오히려 법정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자구노력과 정책지원이 서민금융 살리는 해법
현재 서민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자구노력과 정책지원이 병행돼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서민금융 부실의 책임이 서민, 정부, 금융기관 모두 책임이 있는 만큼 현재 자포자기상태의 서민금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우선 정부와 금융기관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적으로 정부는 서민금융기관들이 자금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비과세상품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
서민금융기관들은 타 금융권과의 경쟁을 위해 고금리수신을 하고 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경우 비과세상품판매가 허용되지만 저축은행은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돼 어쩔 수 없이 이들 기관보다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있다. 고금리수신은 당연히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대출고객들이 부담하게 된다.
국민은행연구소 김장희 박사는 “현재 서민금융은 구조적으로 자금조달비용이 높고 그로 인해 대출금리도 높다”며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세금감면과 할부방식(Installment)의 대출금 상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축은행의 자구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우선 실추된 이미지를 제고시킬수 있도록 투명경영에 힘쓰는 한편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준법감시인제도 도입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우수인력 영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