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 13일 개최한 ‘채무자회생제도 자문단 간담회’의 내용을 토대로 채무 변제기간의 신축적 운용 등을 포함한 개선방안을 마련,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고액 신용불량자들의 큰 관심속에 시행된 채무자회생법의 신청건수가 당초 예상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채무자회생법 시행전까지만 해도 법원 안팎에서는 37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 실태나 개인워크아웃의 신청률 등을 감안해 볼때 월 1만건 이상의 신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시행 한달간의 실적(9.23~10.22)을 집계한 결과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신청건수는 1249건에 불과했다.
법원별로는 9개 전담재판부가 설치된 서울중앙지법이 275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지법 159건, 인천지법 120건, 의정부지법 105건, 부산지법 99건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실적은 집계기간 중 추석연휴가 끼어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이는 채무자회생법의 경우 신청서류 및 변제계획안의 총 분량이 70여 페이지를 넘을 정도로 많은데다 작성도 까다로워 접수준비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을 찾고 있지만 신청대행 수수료가 120만원 이상 들기 때문에 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신청상담 도중 개인파산쪽으로 돌아서는 신용불량자가 늘어난 점도 채무자회생법의 실적감소에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의 경우 지난 22일 현재 7890건이 신청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3856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8년동안 궁핍한 생활을 감내하고 채무를 변제해나가기 보다는 파산선고를 통해서 일시에 모든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신용불량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올 상반기 법원의 파산신청 면책율이 95.8%에 달하는 등 사실상 대부분의 신청자들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 점도 신용불량자들로 하여금 채무자회생법보다는 파산제도를 선호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채무자회생법이 신용불량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자 대법원은 예규를 개정해 변제기간을 기존의 8년에서 5년으로 단축시키기로 결정했다.
또한 농업·임업 종사자의 경우 수입을 월별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수개월 간격으로 변제할 수 있게 했다.
신청자격도 확대돼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일용직 등도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정기적인 급여소득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토록 예규에 명시했다. 이외에도 기존의 38페이지에 달했던 신청양식서류를 20페이지로 대폭줄여 신청양식을 대폭 간소화했다.
한편 이러한 채무자회생법의 개선방안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신청실적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실제적인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채무자 회생법 신청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찾은 신용불량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