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배드뱅크 설립이 추진되면서 신용불량자 사이에서 ‘기달리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신용회복위원회와 상록수프로그램 등 기존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의 신청자 수가 급감했다.
이러한 신용회복신청자 수 감소는 5월 ‘한마음금융’으로 배드뱅크가 출범하면서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 이는 배드뱅크 출범으로 인해 기존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높아진데다 각 프로그램의 연계로 신용회복지원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드뱅크 효과’가 이번에 시행되는 채무자회생법에서도 그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기존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창구에서 신용회복지원신청자 수는 눈에 띌 정도로 감소했다. 특히 배드뱅크와는 달리 채무자회생법의 경우 법원에서 시행되기 때문에 기존 신용회복프로그램들과 연계성이 없어 한번 추락한 신청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의 경우 청산시보다 변제액이 많기만 하면 원금 감면도 가능하다는 면에서 그동안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에서 소외돼 왔거나 신청을 포기한 신용불량자들의 신청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신청대상 요건이 기존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됨은 물론 사채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수의 신용불량자가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의 입장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시행이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한다는 분위기지만 요건이 맞지 않는 신용불량자들의 모럴해저드 급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채무자회생제도의 경우 최장 8년동안 최저생계비를 제외하고 월 소득의 잉여분을 매달 상환해야 한다. 잉여분이 10만원일 경우 채무자는 8년동안 960만원을 변제하는 셈이다.
1000만원 미만 신용불량자의 경우 원금의 대부분을 8년동안 갚아나가는 셈이라서 별 효용성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채무자회생제도에 신청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신용불량자는 채무가 5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신용불량자의 47%가 1000만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채무자회생제도로 인해 혜택을 입는 사람은 채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된다.<표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사이에서 다시 한번 ‘기달리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무분별한 지원대책이 또 다시 모럴해저드만 키우는 꼴이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한 관계자는 “신청시 혜택여부에 대해선 신용불량자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며 “일부 신용불량자는 혜택이 없더라도 채무자회생제도 신청에서 변제계획안 승인까지 6개월동안 일체의 추심이 금지돼 있다는 점을 노리고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1,000만원 미만 신용불량자 비율>
(단위 : 만원)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